이광재 실장이 대체 어쨌기에...
  • 주진우 (ace@sisapress.com)
  • 승인 2003.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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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앤문 자금 수수 의혹 계속 제기돼…“문병욱과 부적절한 관계” 주장도 나와
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 카드를 빼든 배경에는 측근들의 금품 수수 의혹이 자리하고 있다. 안희정·염동연·양길승 씨가 추문에 휩싸이거나 구속된 데 이어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은 SK로부터 11억원을, 이광재 국정상황실장은 썬앤문 그룹으로부터 수백만원을 받은 의혹으로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집권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권력형 부패 의혹에 휩싸여 대통령이 ‘특단의 조처’를 내린 것이다.

10월10일 노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최도술씨는 20년 가까이 저를 보좌해온 사람이며, 그 행위에 대해서 제가 모른다 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13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도 “이(최도술씨) 문제에 관해선 할 말이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도술씨의 SK 자금 수수가 뜨거운 화두로 떠올라 이광재 실장과 관련된 부분은 상대적으로 관심사에서 한 발 비켜서 있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는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로 일컬어지는 이실장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이광재 실장과 썬앤문 그룹의 관계가 세간에 불거진 때는 지난 6월, 국세청 홍성근 감사관이 썬앤문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격 구속되고부터다. 썬앤문 그룹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서 100억원대 감세가 이루어진 데 대해 썬앤문 회장 문병욱씨와 친분이 있는 노무현 사단이 개입했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그 어떤 단서도 드러나지 않아 의혹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실장의 이름도 쏙 들어갔다.

문씨는 노무현 후보측과 상당한 친분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씨의 한 측근은 “문씨는 노대통령이 당선된 후 명륜동 집에 초대받아 함께 점심을 먹었다. 4월18일 청남대 이관 행사에서는 20만원 상당의 도자기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문씨는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뒷말을 듣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문씨는 노무현 후보의 선거 캠프가 차려진 여의도 금강빌딩 사무실에도 자주 얼굴을 보였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문씨가 여러 참모들과 친분이 있었고, 사이도 보통 이상으로 가까운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10월5일 썬앤문 그룹 전 부회장 김성래씨(53·여)가 이광재 실장에게 건넨 수표 사본을 가지고 있다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이실장의 이름이 공식 거론되기 시작했다. 녹취록에는 “이광재씨 등에게 10억원을 주고 우리를 돕도록 하자”라는 발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썬앤문 그룹측은 “노대통령과 문병욱 회장이 잘 아는 사이고 문회장과 이광재씨도 안면은 있다. 하지만 부적절한 거래는 전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광재 실장도 “김성래는 모르는 사람이고, 문병욱은 한두 번 만난 적이 있다. 썬앤문측으로부터 10만원이든, 100만원이든 받은 적이 없다”라며 금품 수수 의혹을 일축했다.

반면 김성래씨측은, 노대통령과 문병욱씨가 동문 가운데서도 친한 사이인데, 특히 후보 경선 과정에서 문씨가 자금을 대면서 더욱 가까워졌으며, 측근들과도 가까운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썬앤문측의 한 핵심 인사는 “문병욱은 이광재·최도술 등과 1주일에 한 번은 골프를 하거나 식사를 했다. 문씨가 한 번 볼 때마다 5백만원, 천만원씩 수표나 현금을 주었으니 조사해 보면 다 나올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어쨌든 이광재 실장은 ‘썬앤문의 악몽’에서 당분간 헤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썬앤문과 관련된 사건들이 어느 정도 정치권과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당장 썬앤문 특별 세무조사에서 100억원대 감세가 이루어진 부분과 산업은행이 썬앤문그룹 잔액증명서를 100배 부풀려 발급해준 일은 이번 국감에서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또 위조된 이사회 의사록과, 납입 영수증만 보고 확인 한번 하지 않고 농협이 1백15억원을 대출했다는 점, 농협이 사기 대출 사건이 종결되기 전에 썬앤문에 대한 100억원 채권을 포기한 점 등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검찰은 이미 ‘썬앤문 사건이 정치권과 상당한 관계가 있다’는 진술을 확보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래씨 녹취록에는 썬앤문측이 대선 과정 등에서 노후보 진영에 95억원을 전달했음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과, 로비를 통해 각종 사업 인허가를 따낸 과정 등이 담겨 있다. 김성래씨의 한 측근 인사는 “노무현 대통령 측근들과 문병욱의 관계가 드러날까 봐 김씨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조만간 둘 간의 관계를 입증할 자료를 공개하겠다”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썬앤문 곳곳에 산재한 뇌관은 아직도 이광재 실장과 청와대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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