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군 2만명 빼가겠다”
  • 남문희 (bulgot@sisapress.com)
  • 승인 2003.11.1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럼스펠드, 주한미군 감축 압박 본격화…신속배치군 운용 계획 이미 확정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 방한(11월16∼18일)을 계기로 남한에 주둔하는 미 2사단 3만7천명 중 상당수가 50년 주둔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워싱턴 정가에는 그의 순방이 주일·주한 미군 대개편의 서막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꾸준히 나돌았다. 이라크 주둔 미군을 대체하는 자원을 구할 길이 없어 결국 일본과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을 차출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었다. 동아시아 주둔 미군을 감축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온 럼스펠드가 이번 기회를 자신의 지론을 관철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는 관측도 있었다.

그렇다면 주한미군 감축 및 개편은 언제, 어떤 규모로 이루어질 것인가.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동두천 주둔 2사단 병력을 오산이나 평택이 아니라 아예 이라크로 곧장 빼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았다. 또한 감축 규모에 대해서도 ‘지상군 3만7천명 중 최소 절반에서 최대 2만명까지’라고 내다보았다. 최근까지 한·미 군당국 간에 미국이 한국의 ‘비전투병 3천명 파병안’을 수용하는 대신, 한국은 ‘주한미군 역할을 대북 억지력에 국한하지 않고 대테러전 투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양해한다는 논의가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미군 당국은 지난 5월에 마련한 ‘주한미군 지휘 구조 개편안’에서 주한미군 일부 병력을 신속배치군 개념으로 운용하겠다는 입장을 확정해둔 상태이다. 다시 말해 ‘대테러전 임무’ 수행을 위해 언제든 이라크로 빼내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 계획과도 맞물려

이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철군 예상 규모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논법을 제시했다. 즉 그동안 미국이 한국에 요청해온 전투병 5천명 파병안과 한국이 제시한 비전투병 3천명안을 비교하면 최소한 전투병 2천명 이상의 차이가 난다. 따라서 미국측이 이만큼을 주한미군에서 차출하겠다고 할 경우 전투병 2천은 지원 부대까지 합칠 경우 1만명 규모, 즉 1개 여단 병력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또한 미국측이 전투병 부족분을 2천명 이상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어, 최대 2개 여단, 즉 2만명까지 감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군 2사단 3개 여단 병력 중 2개 여단 철군 계획은 역대 미국 국방부가 10년 넘게 유지해온 중·장기 계획이었다. 1992년 전 부시 대통령 시절 입안한 ‘주한미군 3단계 감축 시나리오’의 마지막 단계 목표가 바로 이것이었다. 럼스펠드 장관 역시 현 부시 대통령 집권 첫해인 2001년 9월30일 의회에 제출하기로 되어 있는 QDR(4년 주기 국방계획 수정안) 문서를 통해 주한미군 감축 계획을 확정해 발표하려 했으나 9·11 테러로 인해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더 이상 이같은 계획을 미루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다. 여기에는 이라크 전쟁이라는 당장의 수요뿐 아니라 앞으로 6자회담을 통해 미·일·중·러 등 주변 4개국이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게 될 경우 미군이 주둔할 명분이 약해진다는 점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도 있다. 즉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가 북한과 평화협정 체결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인데, 이렇게 될 경우 주한미군 지상군 철수 문제가 동전의 양면처럼 부각될 수밖에 없다. 어차피 떠날 것이니, 한국 정부에 최대한 심적인 부담을 안겨 주는 방식으로 이를 감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주한미군 지상군이 갑작스럽게 빠져나간다고 할 때 국내 보수 언론들이 이를 계기로 안보 및 경제 위기론을 확대 과장하고, 현정부가 또한 국방력 강화 어쩌고 하면서 나선다면, 미국산 무기를 대대적으로 판매할 호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