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드러나는 ‘썬앤문 검은돈’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3.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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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광재씨 1억원 수수 ‘포착’…한나라당 중진 의원도 수사 대상 올라
“한나라당 의원들은 면책 특권 뒤에 숨어서 비열하게 공격하지 말고 나와서 얘기해야 한다. 문병욱(51·썬앤문그룹 회장)은 두 번, 김성래(53·여·전 썬앤문 부회장)는 10분 만난 것이 전부다. 문병욱이 사업을 그렇게 많이 하는 줄 몰랐다.” 측근 비리 특검을 관철하기 위한 한나라당의 무차별 폭로가 극에 달한 11월 말,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은 이렇게 말하며 분하다고 했다. 특히 ‘문병욱 게이트가 터진다’며 문병욱과 자신의 관계에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맨 처음 쓴 <시사저널>을 원망하기도 했다.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전 실장은 ‘김성래는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기존 입장에서 10분 만난 적이 있다로 바뀌었다. 그는 이어 문병욱이 사업을 그렇게 많이 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문병욱이 이처럼 문제가 많은 사람인 줄 미쳐 몰랐다’라는 뉘앙스로 들렸다. 그만큼 문병욱과 노무현 대통령 측근 사이는 단단하게 묶여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문씨는 노무현 후보의 선거 캠프가 차려진 여의도 금강빌딩에 자주 얼굴을 내밀었다. 문씨는 노대통령이 당선된 후 명륜동 집에 초대받아 함께 점심을 먹었다고 뻐기고 다녔고, 4월18일 청남대 이관 행사에서는 도자기 선물을 돌리는 등 튀는 행동을 하다가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기자가 만난 김성래씨는 “문병욱이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 자금을 대면서 노대통령 및 측근들과도 더욱 가까워졌다. 문병욱은 이광재·최도술 등을 만날 때마다 식사 대접을 하고 돈을 주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이광재씨는 “김성래는 미친 것 같다”라고 반박했다.

국세청 100억원 감세 등 풀어야 할 의문 많아

그러나 최근 검찰은 문병욱씨가 대선 직전 이광재씨에게 1억원을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달 이씨를 출국금지 시키고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불똥은 이광재 전 실장을 맹렬하게 몰아붙이던 한나라당에도 튀었다. 한나라당에는 이씨에게 건넨 것보다 두 배 많은 2억원의 불법 자금이 전달되었다는 증언이 문병욱씨 입에서 나왔다. 여기에는 중앙대 대학원 최고위과정 동문인 김성래-한국 ㄴ제약 홍 아무개 회장-한나라당 중진 ㅅ의원 라인이 가동되었다고 한다. 대선에서 핵심 역할을 한 ㅅ의원은 대표 경선 당시 불법 대선 자금을 수수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김성래씨는 기자에게 “ㅅ의원과 아주 가까운 사이다. 내가 도움을 주었는데 내가 구속되자 날 외면하는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문병욱·김성래 씨와 김씨 운전기사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어 홍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ㅅ의원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하지만 홍씨는 ㅅ의원에게 돈을 전달한 사실은 물론 썬앤문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조차 부인하고 있다. ㅅ의원측도 “지난해 11월 홍씨와 김성래씨의 소개로 문병욱 회장을 10여분간 만난 사실은 있으나 정치 자금은 받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썬앤문을 둘러싼 의혹은 상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정치권과의 유착설도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국세청 100억원대 감세 ▽산업은행 잔액증명서 100배 조작 ▽농협의 1백15억원 불법 대출과 100억대 채권 조기 포기 ….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수록 정치권은 당분간 ‘썬앤문 악몽’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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