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제2 비아그라'' 개봉 박두
  • 朴在權 기자 ()
  • 승인 1999.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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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이미 개발, 2000년 초부터 임상 실험”
87년 물질특허제도가 도입된 뒤 국내 제약 업체들이 신약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 첫 번째 성과물이 SK케미칼의 선플라(일반명 헵타플라틴)이다. 미국 브리스톨 마이어 사가 개발한 시스플라틴·카보플라틴에 이은 3세대 백금착체 항암제이다. 개발을 주도한 SK케미칼 김대기 박사(생명과학연구실장·상무 대우)를 만나 제품 개발에 얽힌 여러 가지 얘기를 들어 보았다. <편집자>

선플라를 언제쯤 상품으로 내놓을 예정인가?

9월쯤 될 것이다. 7월14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제조 허가를 받았지만, 제조 공정이 10단계나 될 만큼 복잡하기 때문에 두 달 정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벌써부터 암환자와 그 가족들이 시약이라도 보내달라고 아우성이다.

국내에 암 환자가 얼마나 되나?

해마다 새로 발병하는 암 환자만 6만명이다. 이 가운데 위암 환자가 1만5천명 정도로 가장 많다. 여성은 자궁암 다음으로 많고, 남성에게는 위암이 가장 많다.

암도 국가 별로 차이가 있는가?

선진국일수록 위암이 적고, 대장암·직장암·췌장암 환자가 많다. 고기를 많이 먹기 때문에 노폐물이 대장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고, 그 때문에 식도기 계통 암이 많다.

완치율은 얼마나 되나?

수술 후 5년 안에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된 것으로 본다. 갑상선암은 90% 이상 치료되고, 난소암·고환암도 치료율이 높다. 그렇지만 식도기 계통은 신통치 않다. 위암·대장암·직장암이 그렇고, 폐암도 약물이 잘 흡수되지 않아 낫기 힘들다. 간은 자각 증상이 없어 말기에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암에 걸리기 쉬운 사람은?

모든 사람이 암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면역 기능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평상시 육체적·정신적으로 몸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암 치료법은?

수술보다 좋은 것이 없다. 암세포가 번진 부위만 떼어내면 깔끔하지 않은가. 약물 치료는 수술한 뒤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암세포를 죽이는 데 쓰면 좋다. 그런데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널리 퍼지면 칼을 대기도, 약물로 치유하기도 힘들어진다.

암 환자에게 항암제를 투여하면 끝이라는 말이 있다. 항암제가 치료율은 낮으면서, 환자의 고통과 부작용만 키운다는 평가가 있는데.

그 때문에 전세계 제약 업체들이 독성 없는 약을 개발하려고 혈안이다. 1세대 항암제인 시스플라틴은 효과가 좋지만 독성이 강하다. 지금도 항암 효과가 높아 전세계적으로 해마다 1천7백억원어치가 팔린다. 2세대 항암제 카보플라틴은 항암 효과는 떨어지지만 독성이 낮다. 가격은 1세대 제품의 10배나 되지만, 전세계적으로 해마다 5천억원어치가 팔린다. 우리가 이번에 개발한 선플라는 항암 효과가 1세대 제품에 못지 않으면서도 부작용은 2세대 제품보다 적다. 탈모가 거의 없고, 구토 횟수도 크게 줄었다. 1·2세대 제품의 단점을 모두 극복한 것이다.

위암용으로 개발되었는데, 다른 암에도 쓸 수 있나?

위암용을 먼저 내놓은 것은 국내에 위암 환자가 제일 많기 때문이다. 보통 하이플로로유라시·아드리아마이신·마이토마이신C·시스플라틴을 2∼4 개 조합해서 투여한다. 이번에 개발된 선플라도 가장 부작용이 적고 효과 높은 조합을 찾아내 투여하게 될 것이다.위암용으로 개발되었는데, 다른 암에도 쓸 수 있나?

위암용을 먼저 내놓은 것은 국내에 위암 환자가 제일 많기 때문이다. 보통 하이플로로유라시·아드리아마이신·마이토마이신C·시스플라틴을 2∼4 개 조합해서 투여한다. 이번에 개발된 선플라도 가장 부작용이 적고 효과 높은 조합을 찾아내 투여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투여하면 좋은가?

시스플라틴은 1시간 동안 정맥 주사 하는 것이 좋고, 택솔은 2시간 동안 천천히, 하이플로로유라시는 24시간 내내 5일간 주입하는 것이 좋다. 선플라는 1시간 동안 4백㎎을 투여하는데, 서울대 병원의 임상 실험 결과 24시간 동안 천천히 600㎎을 투여하는 것이 좋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는 앞으로 그 방식을 따를 것이다.

약값은 얼마인가?

시스플라틴은 한 번 맞는 데 5만원, 카보플라틴은 50만원이다. 택솔은 무려 2백만원이고, 최근 수입한 다른 약은 3백만원이나 한다. 약값이 너무 비싸면 보험 처리가 안되므로 환자 부담이 크다. 현재 카보플라틴의 경우는 환자가 부담해야 할 몫이 15만원(50만원의 30%)인데, 우리는 그것을 10만원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시장성은?

현재 암 치료제의 내수 시장 규모는 60억원 정도이다. 시스플라틴이 30억원, 카보플라틴이 30억원이다. 현재 위암 환자는 전체 암 환자의 22% 정도이다. 우리는 선플라를 카보플라틴보다 싸게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시장 규모가 카보플라틴의 3∼4 배에 이를 것으로 본다. 위암만 백억원 정도이고, 다른 암에까지 확대하면 3백억원 가량 될 것으로 내다본다.

판매에 어려움은 없겠나?

요즘은 인터넷이 있어서, 좋은 약을 개발하면 마케팅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진짜 좋은 약이냐 하는 것이다. 선플라는 국내 9개 대학 병원 의사들이 써 보았는데, 나머지 의사들도 써 보아야 한다. 여기서 좋은 평판을 얻으면 순식간에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싼 값으로 제품을 내놓는 데는 그런 의도가 깔려 있다.

로열티 협상도 벌이고 있나?

그렇다. 우리는 30개국에 특허를 내서 22개국으로부터 특허를 받았다. 우리는 지금 다국적 기업과 얘기하고 있다. 이들과의 계약은 ‘어떤 나라의 위암에 대해서는 얼마, 폐암에 대해서는 얼마’ 하는 식으로 맺을 것이다. 구체적인 액수는 협상을 통해 결정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항암제 개발에 매달리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나?

없다. 다만 내가 대학에 진학할 때 학과를 선택하면서 ‘약을 만들어 아픈 사람을 낫게 해주면 참 보람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하지만 가난한 집안의 장남이었기에 우선 돈을 벌어야 했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서울 봉천동에서 1년이 못되게 약국을 운영했고, 방배동에서 1년 반 정도 신신약국을 경영했다. 그곳은 부자 동네여서 돈을 많이 벌었다. 한 달 순수입이 3백만원이었다. 1년이면 방배동 ‘궁전 아파트’를 한 채 살 수 있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유학을 갔다. 뉴욕 주립 대학에서 항암제 신약을 연구하는 교수를 만나 공부하며 암을 연구했다. 학위를 딴 뒤에는 1년간 ICN 핵산연구소에서 항암제와 항바이러스 신약을 연구했고, 귀국한 뒤 한국화학연구소에서 1년간 항바이러스를 연구했다. 본격적으로 항암제 개발을 시작한 것은 SK에 들어와서이다.

SK 그룹의 지원이 각별했다고 들었다.

이왕 신약을 개발하려면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하자는 것이 회사 방침이었다. 위장약 같은 것이야 이것 아니면 저것을 먹어도 되지만, 암 치료제는 60여 종이나 개발되었는데도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SK가 항암제 개발에 나섰고, 고 최종현 회장이 적극 후원해 주었다. 1년에 네 번 정도 보고했는데, 이것은 그룹 내에서도 가장 잦은 것이었다. 나중에 선플라를 들고 묘소에 찾아가 큰 절을 올릴 참이다.

SK케미칼이 발기 부전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현재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

발기 부전 치료제 개발은 상당히 진척된 상태다. 우리는 이미 제품을 개발해 놓은 상태에서, 더 좋은 것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 비아그라보다 약효가 우수하다고 확신하고, 내년 초에 공식으로 사람에 대한 임상 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우리는 이것이 SK케미칼에 떼돈을 벌어 주리라 확신한다.

또 무슨 약을 개발하고 있나?

생약을 이용한 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관절염 치료제는 위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오랫동안 복용하면 속을 모두 버린다. 이런 단점을 극복한 관절염 치료제이다. 두 병원에서 2차 임상 실험을 마쳤는데, 독성과 효과 면에서 탁월하다. 마지막 임상 실험은 서울대 병원 등 다섯 병원에서 할 예정인데, 이것이 끝나면 또 하나의 관절염 치료제가 나오게 된다.그밖에 앞으로 설계하는 것이 있으면 얘기해 달라.

감기약을 ‘빅(big) 프로젝트’로 개발하려고 한다. 감기에 따른 경제 손실이 어마어마하다. 보통 약국을 보더라도, 평상시에는 전체 고객의 25%, 환절기에는 75%가 감기약 환자이다. 감기에 걸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증상을 획기적으로 완화할 수는 있다.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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