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청매화 함박웃음...가지마다 봄,봄,봄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1999.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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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아지랭이와 먼지와, 꽃과 바람과 함께 온다. 지나는 길손처럼 소리 소문 없이 찾아와 노닐다가 들녘의 민초들이 여름의 성장(盛裝)을 땀 흘려 준비할 무렵이면 소리 없이 행장을 꾸린다.

아지랭이와 먼지. 장자(莊子)는 이를 일러 ‘온갖 살아 있는 물건들이 서로 입김을 내뿜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전남 광양시 다압면 섬진강 강마을에 저토록 어지러이 꽃망울을 터뜨린 청매화와, 저 꽃무더기가 자아내는 알지 못할 향기, 그리고 그 향기를 코끝에 스미게 하여 한껏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실바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기상(起床)을 재촉하는 호각 소리일까. 남도 사람들은 꽃소식이 전해지기 무섭게 일제히 겨울잠에서 깨어나 들로 나선다. 인간 유전자에 내장된 꽃소식 정보가 때맞춰 작동하기라도 하듯, 이른 봄 새벽 희부연 빛 속에서 거의 자동으로 몸을 일으키는 것이다.

자석과 쇠가 서로를 끌어당기듯이, 사람과 꽃은 서로를 잡아당긴다. 그래서 늘 꽃과 사람이 제각각 떨어져 무심코 서 있는 듯하면서도 한데 어우러지는 정겨운 모습이 봄날을 장식하는 변함 없는 풍경인가 보다. 꽉 막혔던 혈관을 타고 지릿지릿 생명의 전류가 흐른다. 얼어 있던 땅이 풀리고, 지천으로 푸른 빛을 터뜨리며 저기 마침내 봄의 폭죽이 터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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