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감사원을 감사한다.
  • 박성준 기자 (snype0sisapress.comkr)
  • 승인 1999.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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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낭비·부당 인사 의혹 제기하며 정보 공개 요구
시민 단체인 ‘참여 민주 사회와 인권을 위한 시민연대’(참여연대)가 예산 낭비 의혹을 제기하며 국가 사정 기관인 감사원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감사원이 차관급 대우를 받는 감사위원들에게 불필요하게 많은 예산을 지출하고 있으며, ‘별도 정원’ 명목으로 ‘위성 공무원’ 다수를 두고 그들에게 전용 차량을 과다 배치·운영하는 등 공공 부문 구조 조정 추세에 역행하고 있으므로 진상을 밝히라는 취지의 정보 공개 청구서를 제출한 것이다.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은 지난해 5월 정보공개사업단을 발족해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의 ‘의심스러운 행동’에 대해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행정 심판이나 행정 소송을 통해 정보 공개를 강제하는 작업을 벌여 왔다. 이 작업의 실무자인 임미옥 간사는 “감사원이 한국 사회의 고질인 공직 사회의 부정·부패를 감시·견제해야 할 사정 기구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정보 공개 요구는 때늦은 감이 있다”라고 말한다.

이번 감사원에 대한 정보 공개 요구는, 참여연대가 지난해 11월께부터 자료를 수집하고, 전·현직 감사원 직원을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참여연대가 특히 중점을 두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분야는 감사원의 직급별 나눠먹기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감사원은 직원들에게 자료 수집 활동비·출장 보조비 명목으로 매월 10일 일정한 금액을 나누어 주었다. 예컨대 4급 직원에 대해서는 55만원, 6급 직원에 대해서는 49만원 등이다. 문제는 이처럼 돈을 들여 수집한 정보가 전혀 활용 가치가 없거나, 제대로 활용된 실적이 없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같은 사실을 들어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활동비를 제보자에 대한 보상금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위성 공무원 다수 배치”

참여연대는 감사원이 감사원 출신에 대해 특혜를 베풀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다른 정부 부처와 마찬가지로 감사원에도 전·현직 직원을 위한 모임이 결성되어 있다. 이른바 ‘감우회’와 ‘감사원상조회’가 그것. 감사원은 이 모임들에 20평짜리 사무실을 무상 대여했으며, 감사원상조회 직원들에게는 국가 예산으로 봉급을 지급해 왔다.

불합리한 인력 관리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감사원 총정원은 98년 7월 현재 8백50명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실제 감사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6백50명 정도. 이 중에서도 4급 이상이 2백10명이어서 총 정원의 약 30%가 감사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관리직’이라는 것이 참여연대의 판단이다.

이밖에도 감사원은 다른 수감 기관의 조직 운영 적정성을 판단할 때 주요 잣대로 삼는 별도 정원, 이른바 ‘위성 공무원’을 다수 배치하고 있었다. 참여연대가 파악한 바로는, 감사원내 위성 공무원 수는 공로 연수자 4명을 포함해 국장 2명·심의관 2명·과장 6명 등 모두 28명에 이른다.

규정을 위반한 차량 운영 실태와 불법·부당한 인사 문제도 함께 지적되었다. 현재 감사원은 차관급에만 배정하도록 되어 있는 운전사 딸린 출퇴근 승용차를 1급 직원 두 사람에게도 각각 배정했다. 또 96년에는 머지않아 공로 연수자로 발령될 총무과장을 교수부장에 앉히기도 했다. 과장 직급으로 감사원을 나갈 사람을 국장으로 격상시켜 퇴직하도록 편법 인사를 한 것이다. 감사원은 97∼98년에도 퇴직을 앞둔 과장을 부국장 격인 심의관으로 발령하거나, 심지어 감사 도중 뇌물 수수로 현장에서 적발된 감사관을 경미하게 처벌하는 등 ‘편법’ 인상이 짙은 인사를 실시한 바 있다.

아직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은 감사원이 참여연대의 ‘도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감사원이 참여연대의 이번 정보 공개 요구를 어물쩍 넘기려고 한다면 큰코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교육부 산하 교원징계재심위원회·창원지검·서울시에 대해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각종 행정 심판과 행정 소송을 제기하는 등 불투명한 국가 사무 처리를 끈질기게 물고늘어지고 있다. 현행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정보 공개를 요구받은 기관은 늦어도 15일 안에 공개·비공개 입장을 해당 단체(또는 개인)에 통보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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