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태 전 해군 참모총장 ‘분노의 전역사’
  • 정리·李政勳 기자 ()
  • 승인 1997.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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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양 해군 건설을 방해 말라”
4월1일 퇴역한 안병태 전 해군 참모총장의 전역사가 화제다. 안씨는 작전참모부장 시절 ‘함상토론회’를 마련했고, 해양수산부 창설을 공론화한 골수 ‘뱃사람’이다. 이때부터 그는 항공모함 보유론을 일관되게 펼쳐왔다. 그러나 국방예산 분배 문제로 합참과 육군이 부정적으로 나오자 이를 비판했다고 한다. 다음은 그의 전역사 요지이다. <편집자>


본인은 오늘 명(命)에 의해 해군의 지휘권을 유삼남 제독에게 인계하고, 38년간 아끼고 사랑해온 해군 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2년 전 본인은 바로 이 자리에서, 기동함대 체계를 갖춘 대양함대 건설의 초석을 놓는 데 모든 정열을 불태우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일을 함께 이루어 냈습니다. 부족한 간부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대통령으로부터 해군력 건설 종합계획에 대해 재가를 받아 이미 상당 부분 실천하고 있습니다. 해상초계기 및 잠수함 도입과 전력화, 장갑차와 155㎜포 확보, 최초의 국산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 진수 등을 통해 입체 전력의 기반을 닦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초기 단계에 불과합니다. 우리에게는 가야 할 멀고 험한 길이 있습니다. 그 길에, 북한의 무분별한 책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첨예한 국가 간의 이익 대립이 있을 수 있으며, 극단적인 민족주의의 광란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어떠한 북풍과 남풍이 불어 오더라도, 우리는 통일 전·후를 막론하고 ‘바다로 오는 적은 바다에서 막아야’ 합니다.

대통령께서는 해사 졸업식에서 95년부터 계속하여 대양 해군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특히 금년은 대양으로 나아가 나라의 주권과 국가 이익을 수호할 수 있는 ‘전략적 기동전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대양 해군 건설은 이미 국가의 의지와 국민적 합의가 된 것입니다. 여기에 이의를 달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과거 우리가 통일 국가를 이루었던 과정에는 반드시 해군력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대양 해군을 키워야 하는 당위성입니다.

충남 온양역 광장에 세운 이충무공 기념비에는 ‘먼저 국가 민족 앞에 身의 私가 없어야 할 것을 알라’라고 쓰여 있습니다. 지난 2년간 기강을 확립하고 전력을 건설하며 인재를 양성한다고 노력하였습니다만, 제가 집행한 일이 모두 옳았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고백하거니와 그 과정에서 私를 제어하기가 그렇게 힘들었습니다. 이것은 앞으로도 公人의 영원한 숙제가 될 것입니다.

끝으로 이순신 제독을 생각하며 마음에 새겨두었던 일절을 상기하며, 저의 해군 복무의 막을 내리고자 합니다.

‘어찌해 그 시절 그 풍토에 한 떨기 연꽃 같은 그 분을 주셨을까. 하늘이 그래도 이 민족을 살려 두려고 그랬을까.’ ‘그 날의 이순신을 생각하고 오늘의 우리를 돌아볼 때 부끄럽지 아니한가.’ ‘이 세상을 떠나 그 분을 뵙게 될 때 감히 머리를 들 수 있을까.’ ‘의심날 때, 낙망될 때, 고난이 닥쳤을 때 이순신 제독 그 분을 기억하라, 뱃사람아! 네 눈시울이 뜨거워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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