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파병 예정지에 미군 하와이부대도 온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4.02.1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군 파병 예정지에 하와이 주둔 미군 4천8백명 증파
우여곡절 끝에 2월13일 국회가 이라크 파병안을 처리했다. 늦어도 4월까지는 3천명에 달하는 한국 군인들이 이라크 키르쿠크로 떠나게 된다. 키르쿠크는 이라크 북쪽에 자리 잡은 유전 도시다. 쿠르드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곳으로 최근 민족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이제 관심은 한국군이 키르쿠크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에 모아진다. 이와 관련해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키르쿠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완전 철수하고 그 자리에 한국군이 들어가 키르쿠크를 관할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키르쿠크에 주둔한 부대는 미군 173공정여단인데, 이 부대가 올해 4월 이탈리아로 철수하고 나면 대체할 부대가 없다고 보도되었다.

키르쿠크는 이라크 유전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주요 지역이기 때문에 이곳을 한국군이 지킨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파병 찬성론자들이 ‘국익’을 거론할 때도 이 지하 자원을 지키는 의미가 한몫 거들었다.

하지만 다른 주장도 있다. 유전 도시 키르쿠크는 이라크 내에서 알짜 중의 알짜 도시다. 이처럼 중요한 도시의 방위를 미군이 쉽게 제3국에 넘길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1월 말 키르쿠크 현지 보도에서 ‘미군은 키르쿠크 공항 캠프의 시설물들을 계속 확장하고 있었다…5천석 규모의 식당을 새로 지어 이달 말 오픈할 예정이다…한국군은 이 식당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곧 떠날 것으로 알려진 미군을 위해 이렇게 큰 식당을 새로 지은 까닭은 무엇일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이 의문은 이라크 주둔 미군 재배치 상황을 들여다보아야 풀린다. 미군은 현재 한국군 파병과 무관하게 별도 증원군을 보내고 있다. 2월 현재 미국 하와이 스코필드 기지에 주둔하던 병력 4천8백명을 키르쿠크로 이동시키고 있는 중이다. 이 부대는 하와이 주 예비군과 방위군 병력이 혼합된 부대로 알려졌다. 미군 2보병여단에 소속되어 있는 키르쿠크 증원군은 이라크 4사단 예하부대로 재편된다. 4사단은 바그다드부터 키르쿠크까지 폭넓은 지역을 관할하고 있다.

키르쿠크 주둔 미군은 이번 부대 재배치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는 것이다. 기존 미군 173공정여단 2천5백명의 두배인 ‘하와이 부대’ 4천8백명으로 재무장한 상태에서 4월 한국군을 맞게 된다. 미군 기지 내 식당을 증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파병하지 않으면 키르쿠크에서 철수할 미군을 대체할 부대가 없다’는 주장은 호들갑이었던 셈이다.

하와이 지역 언론은 스코필드 기지 병력이 받은 훈련을 고려할 때 증원군의 임무는 테러 진압·이라크군 훈련·검문소 운영 등이라고 보도했다.

한국군은 ‘하외이부대’와 함께 주둔하며 작전을 펼치는 것인가.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4사단 예하 여단급 병력이 키르쿠크에 주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군이 도착하면 ‘하와이부대’는 다른 지역으로 옮긴다. 한국 국회 파병안 통과가 늦어지는 바람에 생긴 공백 기간을 채우는 부대일 뿐 키르쿠르 관할은 한국군이 한다. 8천명이 주둔하기에는 키르쿠크는 너무 작다”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