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한 주
  • 朴在權 기자 ()
  • 승인 1997.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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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중동 평화, 아직도 ‘산 넘어 산’


밀린 숙제는 간신히 끝냈지만, 남은 과제가 만만치 않다. 지난 17일 이스라엘군이 헤브론 지역에서 철수한 뒤,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의 관계는 이렇게 요약된다.

헤브론은 예루살렘 남동쪽 30㎞에 있는 도시이다. 유태교와 회교가 모두 성지로 삼고 있는 이곳에는 팔레스타인인 12만명 외에 유태인 4백50명이 이스라엘군 천명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을 통해 이 땅을 차지한 이스라엘은, 95년 9월 팔레스타인과 협정을 맺고 지난해 3월까지 군대를 철수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과격파 하마스의 폭탄 제조 기술자 하야시가 이스라엘 비밀기관에 살해당한 뒤 사태가 틀어졌다. 2∼3월에 계속된 회교 강경파의 폭탄 테러로 자국민 60여 명이 희생되자, 이스라엘이 헤브론 철수를 중단했던 것이다. 게다가 6월에는 리쿠드당 당수인 강경파 네타냐후 총리 체제가 들어섬으로써 중동 평화 전망이 어두워졌다.

그런데 이번에 네타냐후가 강경 자세를 누그러뜨리고 미국 등 국제 사회의 압력에 굴복함으로써 헤브론 철수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중동 평화의 장래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팔레스타인은 △가자 지구 공항과 항만 운영 △ 가자 지구와 요르단 강 서안을 잇는 안전 통로 확보 △팔레스타인 수감자 추가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 헌장에서 이스라엘 타도 조항 삭제 △이스라엘인을 해친 팔레스타인인 추방 △팔레스타인 경찰 병력 확대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머지 않아 클린턴 대통령은 네타냐후와 아라파트를 백악관으로 불러 이 문제를 놓고 개별 정상회담을 열 계획이다.

그 밖에도 98년 8월 이스라엘군이 요르단 강 서안 농촌 지역에서 철수한 뒤 99년 5월까지 양측이 추진해야 할 과제로는 △국경선 획정 △팔레스타인 지역내 이스라엘 정착촌 이전 △ 예루살렘 분할 △ 팔레스타인 국가 건국 문제 등이 있다. 현재 양측은 이 문제들을 놓고 팽팽하게 맞선 상태이다. 게다가 시리아와의 골란 고원 반환 문제, 레바논과의 남부 레바논 철수 문제도 쉽지 않은 과제이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가 땅과 평화를 교환하는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떤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 세계의 이목이 이스라엘 최고 지도부에 쏠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미국

‘금융시장 제왕’, 자본주의에 칼 꽂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기부금을 많이 낸 사람은 조지 소로스(67)이다. 국제 금융시장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그가 ‘열린 사회 재단’을 통해 기부한 돈은 무려 3억5천만 달러(한화 약 3천억원)이다. 그는 자본주의의 최대 수혜자인 동시에 최대 기여자이기도 한 셈이다.

그런 그가 최근 권위 있는 시사·문예 월간지인 <애틀랜틱 먼스리>에 ‘자본주의의 위협’이라는 글을 발표해 국제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이 글에서 극도의 개인주의와 자유방임적 자본주의 때문에 불평등과 사회 불안이 심해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적자 생존’이 문명 사회의 지도 원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돈이 모든 가치의 잣대가 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런던 정경대학(LSE) 대학원 재학 시절에 만난 칼 포퍼의 열렬한 옹호자인 그는, 자신의 재단 이름도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본떠 ‘열린 사회 재단’이라고 붙였다.

헝가리에서 태어나 공산주의를 피해 영국을 거쳐 미국에 정착한 그는, 서방 국가들이 옛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강력히 비판한다. 이들을 방치한다면, 결국 독재 권력이 태동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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