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한 주
  • 朴在權 기자 ()
  • 승인 1996.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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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공화국

“못참겠다 갈아 보자”


세르비아공화국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54)이 국민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지난 11월17일 실시된 지방 의회 선거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두자 선거 무효를 선언한 것이 화근이었다.

성난 시민들이 거리를 메웠고, 유럽연합과 미국도 압력을 가해 왔다. 안팎으로부터 압력이 거세자 밀로셰비치는, 반정부 시위를 보도한 혐의로 방송을 중단시켰던 과 <라디오 인덱스>에 방송을 허용하고, 시위 진압을 위해 군과 경찰을 동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런데도 사태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법원이 선거 무효를 선언한 밀로셰비치를 지지하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베오그라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밀로셰비치는, 86년 유고 공산당 간부회의 의장이 되었고, 90년 최초의 민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大세르비아주의’를 표방하며 연방내 다른 민족을 배척하는 정책을 펼치다 유고 연방 해체를 불렀고, 보스니아 내전을 유발했다. 3년 반에 걸친 유엔의 경제 제재로 실업률이 70%까지 치솟았고, 부패까지 만연했다. 지난달 지방 의회 선거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둔 것은 ‘더 못참겠다’는 분노가 표출된 것이었다.
미국

팀워크로 똘똘 뭉친 클린턴 내각


집권 2기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12월5일 클린턴 대통령이 외교·안보팀 인선을 마무리함으로써 향후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인선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유엔대사(59)가 신임 국무장관에 임명된 것이다. 미국 최초로 여성 국무장관에 오른 그는 ‘미국 국익을 가장 잘 대변하는 매파’라는 소리를 듣는다. 보스니아 내전 때는 강력하게 미군 투입을 주장해 결국 3년7개월간 계속된 내전을 종식시켰고, 유엔에서는 쿠바·북한·이라크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는 데 앞장섰다. 최근에는 국제 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의 연임을 막는 악역을 서슴지 않았다.

다음으로 윌리엄 코언 신임 국방장관(56)은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을 배려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코언은 24년간 공화당 상·하 의원을 역임한 군사·정보통으로서, 소속 정당과는 상관없이 소신 있는 행동을 펼친 것이 이번 발탁의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안보 보좌관이던 앤서니 레이크(57)를 요직인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앉힌 일이나, 그 밑에서 일하던 섀뮤얼 버거 전 안보 부보좌관(51)을 안보 보좌관에 임명한 것은 정책의 연속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유난히 팀워크가 강조된 이번 인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특히 대북 정책과 관련해 유화적인 ‘개입 정책’을 주창해온 레이크가 정보 책임자로 옮겨감에 따라 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라크

드디어 원유 수출 ‘콸콸’


이라크 최대 유전지대 키르쿠크 유전에서 터키 남부의 세이한 항까지 9백86㎞에는 송유관이 묻혀 있다. 90년 8월 걸프전 이전까지 이라크는 이곳을 통해 하루 3백20만 배럴씩 원유를 수출했으나, 걸프전이 터진 뒤에는 유엔의 금수 조처로 원유 수출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12월10일부터 이 송유관을 통해 다시 이라크산 원유가 흐르기 시작했다. 유엔의 금수 조처가 일부 해제되어, 6개월에 20억달러어치 원유를 수출하고 그 대가로 식량과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원유 수출국이던 이라크가 원유 수출을 재개하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1월2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내년도 산유량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유 가격 하락을 최대한 막겠다는 것이다.

현재 대다수 전문가들은 당장 원유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는 없겠지만, 봄이 되면 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계절적으로 석유 소비가 주는 데다가, 이라크의 원유 수출로 공급 과잉 상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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