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성, 대권 후보냐 선대위원장이냐
  • 崔 進 기자 ()
  • 승인 1996.12.1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법 ‘총대’ 메고 명예 퇴직 가능성…총리 후임엔 박찬종·김윤환 거론
허를 찌르는 김영삼 대통령의 인사에 거의 어김 없이 적용되는 하나의 원칙이 있다. 대폭이다 싶으면 소폭이고, 소폭이다 싶으면 대폭인 ‘반대로 법칙’이 그것이다. 그래서 눈치 빠른 정가의 호사가들은 얼마전 김대통령이 CBS와 가진 회견에서 연말 당정 개편설을 부인하고, 개편하더라도 소폭에 그친다고 강력히 암시했는데도, ‘반대로 법칙’을 적용해 대폭 개편을 점치기도 한다.

요즘 정가에는 개각과 관련해 매우 구체적인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아무개 장관이 평소 가까운 출입 기자들을 불러 고별 인사를 했다느니, 아무개 장관은 비리 연루 혐의가 드러났는데 장관직 사퇴 선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더라는 소문이다. 문제는 소문의 내용이 매우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소문을 전달하는 사람의 신분 또한 여권 고위 인사들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12월 개각설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부분은 역시 이수성 총리의 거취이다. 여권의 한 고위 인사는, 만약 이총리가 이번에 물러난다면 그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보아야 한다면서, 김대통령은 취임 1년 만에 대권 주자 반열에 뛰어오른 이총리에게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정보기관의 최고 책임자가 국정 현안을 이총리에게 직접 브리핑하도록 하는 등 대통령이 여러 모로 이총리를 배려한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고위 인사는 이총리에 대해 매우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머지 않아 이총리 경질이 이루어질 것이며, 사퇴 이후 당 고문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모양새로 이총리를 경질하느냐 하는 명분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고위 인사는 이총리가 노동법 처리라는 큰 부담을 홀로 껴안고 총리 직에서 물러난 뒤 당 고문으로 들어가면, 정부·여당도 살고 이총리도 산다는 논리를 내놓았다. 이총리가 신한국당 고문이 되면, 그는 ‘공식으로’ 대권 주자가 되고, 경쟁자들은 또 하나의 강적을 맞게 되는 셈이다.

과연 이총리의 당 진입이 대통령 낙점권으로 접근하는 것을 의미하는가. 여권 핵심부에는 이총리를 대권 복병보다는 킹메이커라고 보는 사람이 더 많다. 가장 신빙성 있게 나도는 소문이 이총리의 선대위 의장설이다. 여권의 한 고위 인사는 “지난 4·11 총선 때 이회창 고문을 영입해 톡톡히 재미를 보았듯이, 지명도가 이고문 못지 않은 이총리를 내년 대선 때 선대위 의장으로 내세울 경우 예상 외로 히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찬종은 ‘도리도리’ 김윤환은 ‘끄덕끄덕’

내년 여당의 대선 후보 선출 전까지 이총리를 대권 주자로 잔뜩 띄워 놓은 뒤에 여당 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한다는 시나리오다. 사실 여당 처지에서는 학자 출신으로는 드물게 정치력이 있고,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 인기가 좋은 이총리를 선대위 선봉에 내세울 경우 일거다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총리 후임으로는 김윤환·박찬종 고문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김윤환·박찬종 총리설에 대해 여권의 한 고위 인사는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박찬종 고문에게 총리를 맡을 의향이 있는지 이미 의사를 타진했는데 박고문이 이를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사실 대권 정국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정부 고위직을 맡으면 그것은 곧 대권으로부터 멀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반면 김윤환 고문은 총리 직을 제의 받을 경우 수락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총리가 경질될 경우 자연히 내각에도 손질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한 공보 관계자는 사석에서 기자들에게 청와대 2~3개 비서실과 정부 몇몇 부처 개각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정부·여당은 개각설로 뒤숭숭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