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한총련 비판해야 총학생회장 당선?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1996.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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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총학생회장 선거서 ‘급진 운동’ 비판 후보들 당선…소홀했던 사회 문제에도 관심
내년 대학가에서 ‘통일’ 구호가 사라지게 될 공산이 높아졌다. 잘하면 화염병이나 쇠파이프를 동원한 과격 시위도 눈에 띄게 줄어들지 모른다. 최근 진행 중인 각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지난 8월 연세대 사태를 주도했던 민족해방(NL) 진영의 퇴조 현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11월25일 현재 총학생회장 선거가 끝난 대학들은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를 비롯해 전국 70여 곳. 서울대에서는 ‘비폭력’을 내세워 다른 학생운동 집단으로부터 개량주의라고 비판 받은 21세기진보학생연합측 후보가 당선되었다. 고려대에서는 학생운동의 주도권을 놓고 민족해방 진영과 경쟁해온 민중민주(PD) 진영, 이른바 ‘좌파’후보가 당선되었다. 서강대와 성균관대, 그리고 한총련의 구심체로 알려진 남총련 산하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에서도, 비록 같은 민족해방 진영이기는 하지만 기존 한총련의 주류를 비판해 온 ‘자주대오 계열’이 학생회를 장악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 선거에서 이긴 후보측 대부분이 계열과 진영을 막론하고 기존 한총련 운동을 비판해 왔거나, 개혁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비판점은, 한총련이 지나치게 ‘연북적(聯北的)’이며 조직 역량의 대부분을 통일운동에만 치중해 왔다는 것이다.

한 예로, 이번 고려대 선거에서 민중민주 진영 후보로 출마한 지현찬(24·서문과 3학년) 후보측은 선거 기간 내내‘한총련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조직을 완전 개혁하겠다’는 내용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어 민족해방 진영의 수년 아성을 무너뜨린 것으로 알려진다.

다른 대학들도 선거에서 승리한 진영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어 왔던 노사관계법 개정 문제, 성폭력특별위원회 설치 문제 등을 주요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내년에 본격 활동할 각 대학 총학생회가 기존 한총련 세력과 비교해 특별히 덜 급진적일 것이라고 확언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이 있다. 한총련의 올해 통일 투쟁에 대다수 학생이 ‘부정’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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