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남벌’ 시작되었다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4.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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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연가>와 배용준씨, 일본 열도 뒤집어…틈새 시장 공략 성공
<겨울연가>(일본 제목 ‘후유노 소나타’)가 일본 열도를 강타했다. 지난 겨울, NHK 위성 방송에서 방영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겨울연가>가 여세를 몰아 4월3일부터 지상파 방송에서 재방송되고 있다.

지난 4월4일, 재방송에 즈음해 일본을 방문한 주연 탤런트 배용준을 보기 위해 하네다 공항에 일본 팬 5천여 명이 몰려들어 <겨울연가>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배용준의 인기는 대단했다. 2천3백명을 수용하는 시부야 공회당의 팬 미팅에 참여하기 위해 6만여 팬이 신청했다. 배용준이 탄 승용차에 중년 여성이 갑자기 뛰어들기도 했다.

보아와 <태극기 휘날리며> 그리고 <겨울연가>는 중국과 동남아에 이어 일본 열도에 한류가 본격 상륙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대중 문화 상품이다. 이미 5백억원 규모의 매출을 창출한 <겨울연가>는 다양한 ‘파생 문화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겨울연가> 촬영지가 한국 관광 상품으로 등장했고, 드라마 속 한국의 풍속을 풀이한 <겨울연가> 가이드북이 나왔다. NHK에서는 <겨울연가>로 한국어 교재를 제작하기로 했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 OST 음반 역시 NHK 골든디스크상을 받을 정도로 히트했다.

‘철면피 멜로’를 세련된 화면에 담아 대박

<겨울연가>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드라마 시장의 틈새를 공략했기 때문이다. <겨울연가>는 1980년대 일본 멜로 드라마의 전형적 양식인 신파 멜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엔카와 비슷한 트로트를 부른 계은숙과 조용필이 일본에서 통했듯이 일본 멜로 드라마의 구조를 빼어닮은 <겨울연가> 역시 일본 시청자의 향수를 자극하며 안방을 공략했다. 일부 일본 중장년층 시청자 중에서는 <겨울연가>를 보기 위해 위성방송 수신 시스템을 설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수한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그리는 <겨울연가>는 상투적인 멜로 드라마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삼각·사각으로 엮이는 복잡한 애정 관계, 교통 사고와 함께 찾아온 난데없는 기억상실증, 불치병에 걸린 비련의 주인공 등 ‘철면피 멜로’의 전형이다. 그러나 이런 복고 내용의 드라마를 현대적인 세련된 화면에 담아냄으로써 <겨울연가>는 일본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겨울연가>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가 조명받는다는 점이다. 보통 멜로 드라마는 비련의 여주인공이다. 그러나 <겨울연가>는 부드러우면서 강하고 친절하면서 단호한 주인공 배용준이 드라마를 이끌어 간다.

한·일 합작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는 후지TV의 나카지마 구미코 PD는 “한국 드라마의 강한 남성상이 일본 여성 시청자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일본 남자 탤런트의 경우 외적인 이미지만 강한 반면 내용적으로는 유약한데, 배용준의 캐릭터는 겉은 부드럽지만 속으로 강하기 때문에 강한 남자를 희구하는 일본 여성의 욕구를 만족시킨다는 것이다.

<가을동화> <겨울연가> <여름향기> 등 사자성어 계절 드라마를 연이어 연출하고 있는 윤석호 PD는 머지 않아 범아시아권을 겨냥해 봄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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