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꿈엔들 잊으리 풍악산 영봉을
  • 강원 고성·李政勳 기자 ()
  • 승인 1996.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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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에서 바라본 금강산
‘금강산 찾아가자 1만2천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를 외쳐 부른 지 50여 년. 금강에 대한 그리움은 군사분계선에 가로막혀 설레임에 그쳐왔지만, 가을은 어김 없이 만산홍엽의 풍악(楓嶽)을 만들어낸다. 지난 10월4일 공군 HH60 헬기를 타고 동해상에서 바라본 금강산은, 발 아래로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과 화진포를 내려뜨린 채 묵묵히 가을을 빚어내고 있었다. 설악산에서 날아오른 새라면 훠이훠이 금강산 자락에 내려앉겠지만, 이 땅의 주인이 탄 헬기는 동해상을 오가며 카메라로 금강을 담아야 했다.

동해안에 면한 외금강의 제일 풍경은 무어니 무어니 해도 만물상이다. 귀면암·삼선암 등 기암 절벽을 모아놓았고, 주위에는 나무도 물도 거의 없는 ‘찬 노을’이란 뜻의 골짜기 한하계(寒霞溪)가 휘돌아간다. 이와 더불어 신이 만든 신계천(神溪川)에는 아홉 용이 산다는 높이 50m의 구룡폭포가 있어, 천하제일경을 놓고 만물상과 다툰다. 한하계와 신계천 계곡을 타고 오르면 동서로 달리는 관음봉 능선이 있고, 그 자락에는 이름도 아름다운 집선봉(集仙峰)·채하봉(彩霞峰)·옥녀봉(玉女峰)·세존봉(世尊峰)이 줄지어 있다.

고려에 항복하려는 경순왕에 맞서 신라의 천년 사직을 지키려 한 이가 마의태자(麻衣太子)였던가. 그가 왕건의 딸인 낙랑공주의 애절한 사랑을 뿌리치고 금강산에 들어와 베옷 입고 초식으로 연명한 것은 무슨 연유 때문이었을까.

잠수함이다, 공비다 해서 남북한은 소연하지만 저 백두대간, 저 금강산은 의연하기만 하다. 산정무한(山情無限). 우리 민족도 저 산과 같이 의연하게 살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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