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한 주
  • 朴在權 기자 ()
  • 승인 1996.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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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서울행 비행기 띄울 생각이다”

대만은 배신 당한 과거를 잊을 것인가. 지난 10월1일 홍콩의 <頻果日報>(빈과일보)는 대만의 章孝嚴(장효엄) 외교부장이 한국과 관계를 개선할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달 한 방송국과 인터뷰하면서,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후 한국 정부가 양국 관계 개선에 상당한 성의를 보였다고 밝히고, 과거에 집착할 필요 없이 양국 관계를 재검토할 시점이 되었다고 말했다.

한국과 대만의 관계가 악화한 것은 92년 8월 한국 정부가 중국과 수교하면서 일방적으로 대만과 단교를 선언한 뒤이다. 대만 정부는 배신 당했다며 울분을 표시했고, 그 뒤부터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산 자동차와 다른 상품의 수출이 어렵게 되었으며, 항공기 운항도 중단되었다.

반면 대만은 북한과 접촉해 한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른바 ‘대만 카드’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94년 대만 입법원 의원들이 관광단에 끼여 북한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양국 간에는 인적·물적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0월31일 정재문 의원을 단장으로 한 한국 대표단 5명이 대만을 방문한 것은 양국간의 우의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들은 대만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와 양국간 항공기 취항 재개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이 과연 서운한 감정을 털어버리고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려 할 것인가. 이것은 한국 정부가 대만의 자존심을 얼마나 세워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캄보디아

‘오뚝이 국왕’의 인생 유전

캄보디아 국민들로부터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는 캄보디아의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이 지난 10월31일 74회 생일을 맞았다. 그가 왕위에 오른 것은 41년, 열아홉 살 때였다. 당시 캄보디아를 식민 통치하던 프랑스는 꼭두각시 노릇을 해줄 지도자로 그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는 기대를 저버리고 독립 투쟁을 이끌었고, 결국 53년에 독립을 이룩했다. 2년 뒤 그는 민선 국가 주석에 선출되었고, 캄보디아는 10년간 황금기를 누렸다.

하지만 60년대 중반부터 베트남 전쟁의 여파가 캄보디아에도 미치기 시작했고, 70년에는 론놀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시아누크를 축출했다. 그후 그는 공산 크메르 루주 게릴라에 합류해 그들의 얼굴 노릇을 했다.

75년 4월 크메르 루주가 내전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그는 왕궁에 죄수처럼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79년 베트남의 침공으로 친 베트남 정부가 수립된 뒤에는 방콕과 북경, 평양을 떠돌며 망명 정부를 이끌었다. 당시 김일성은 열 살이나 아래인 그를 극진하게 대접했다. 지금까지도 그가 북한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과의 관계 진전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중앙아프리카

大國 자이르, 小國 르완다 공격에 ‘쩔쩔’

한반도의 10배나 되는 면적에 인구는 3천5백만명. 아프리카 중부에 있는 자이르는 영토와 인구로 따지면 르완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나라이다. 영토는 르완다의 90배, 인구는 5배나 된다.

그런데도 자이르는 지금 르완다군에게 국경 부근의 일부 도시를 빼앗겼다. 양측의 치열한 전투로 인해 백만명이 넘는 난민이 국경 지대를 떠돌고 있다. 유엔과 유럽연합(EU) 등은 전쟁 당사자들에게 자제하라고 요구하고, 국제 사회에도 중재에 적극 나서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의 주역은 투치족과 후투족이다. 우리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종족간 분쟁이 국가간 전쟁으로 확대된 것이다. 르완다에서 투치족은 전체 인구의 15%밖에 안되지만,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후투족을 지배하고 있다. 반면 자이르에서는 후투족이 정권을 잡고, 르완다내 후투족 반군을 지원해 왔다.

양국 간의 갈등이 폭발한 것은 지난 10월30일. 자이 르내 투치족 반군과 르완다 정부군이 합세해 자이르를 전격 침공했다. 자이르가 쩔쩔매는 까닭은 세계 최빈국인 데다가 2백여 소수 민족으로 분열되어 있어 ‘속빈 강정’ 같은 처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31년간 철권을 휘두르고 있는 모부투 대통령은 스위스에서 말기 전립선암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르완다군과 투치족 반군은 자이르 동부 지역에서 전투를 계속하고 있다. 국제 사회는 이번 전쟁이 부룬디·우간다·탄자니아 등 주변 국가들로 번져 대량 학살 사태를 부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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