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순 시장 퇴진 운동 벌이겠다”
  • 金恩男 기자 ()
  • 승인 1996.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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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비리’최초 제보자 박동환씨/“증거 제시했지만 서울시가 묵살·은폐”
지난해 6·27 선거가 있기 사흘 전. 한 방송국이 각계 전문가를 동원해 서울시장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조 순 후보 순서. ‘교통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연구실장 박동환씨는 시내 버스 업체에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시장과의 악연은 그때부터 시작됐다’는 박동환씨는 , 이미 버스 업계의 적자 주장에 모순이 있다는 ‘심증’을 굳히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의 심증은 증거 확보→96년 8월 서울시에 ‘시민 감사’ 청구→9월 검찰 진정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30일 버스업자 6명과 서울시 공무원 2명 구속을 시작으로 터져나온 ‘민선 시장 시대 최악의 비리 사건’에서 검찰은 박씨 주장의 상당 부분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이번 ‘버스 비리’가 충격을 주는 첫째 이유는 무엇보다 민선 시장 체제 출범 이후 가장 많은 특혜를 받은 대중 교통 수단에서 비리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버스 전용차선 택시 진입 허용’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조 순 시장은 빗발치는 택시업체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1년 넘게 공약 실현을 늦춰 왔다. 올 한 해 시내 버스 업체에 대한 서울시 보조금만도 1백70억원에 이른다. 이 모든 지원을 가능케 했던 배경은 한 가지였다. 버스업계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이것이 곧 대중 교통 체계 붕괴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와 이를 뒷받침하는 ‘숫자’들이었다.

지난해 버스업계 적자액이 1천5백15억여 원에 이른다는 서울시의 발표 앞에서 시민들은 1년3개월여 동안 버스 요금이 34.19%나 오르는 부당함을 ‘기꺼이’ 감수했다. 한국생산성본부의 원가 계산이 적자액 산출에 근거가 되었다. 이것이 허구로 드러나는 과정은 단순했다. 같은 기간 버스운송사업조합의 손익계산서에 드러난 적자는 78억원. 서울시 발표와는 천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버스업체의 법인세 내용과 버스운송사업조합이 신고한 대차대조표를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허구임을 간파할 수 있는 이 숫자 놀음을, 서울시가 ‘뇌물’의 대가로 눈감아준 것이다.

문제는 이번 사건으로 야기될 서울시 교통 행정 전반에 대한 불신이다. 박동환씨는 ‘정확한 실태 조사 없이 버스 요금부터 내리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상당수 적자 업체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여론 끄기에 급급한 서울시에 빌미를 제공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나아가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를 철저히 묵살하고 은폐한 부실 행정의 책임을 묻는 의미에서 조 순 시장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 등이 ‘현재로서는 지자제 출범 뒤에도 바뀌지 않은 행정 체계·체질을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라며 조금 다른 자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조시장의 부담은 만만치 않다. 혼잡세 실시 등 야심찬 교통개혁안을 꽃 피우기도 전에 서울시 스스로 개혁의 명분과 정당성을 훼손한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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