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버스 비리에 배신당한 서울 민심
  • 金恩男 기자 ()
  • 승인 1996.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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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서울시청 앞에서 버스 비리 규탄
“신고 안한 집회잖소!” 11월4일 정오 서울시청 앞. 버스 비리 규탄 집회에 참가한 시민단체 회원들과 서울시 공무원 사이에 가벼운 입씨름이 벌어졌다. 공무원은 곧 물러났다.‘법대로 안한 일’을 따지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에게 ‘법대로’주장이 먹혀들 리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지 않는 버스를 탓하면서도 도로 사정 때문이거니 하면서 마냥 기다려 주었고, 토큰을 살 수가 없어 5백원짜리를 내고 거스름 돈을 받지 못해도 어려운 버스를 도와주는 셈쳐 왔다….’서울시에 보낼 항의서가 낭독되는 동안 길 가던 시민들은 참담한 표정이었다. 상반기 교통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서울시가 그토록 호소하던 ‘고통 분담’이 결국 ‘분담’ 아닌 ‘떠넘기기’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지금 시민들은 분노를 넘어선 적개심을 표시하고 있다. 그것은 살아가는 데 기본이 되는 의식주를 갖고 희롱당한 자의 적개심이기도 하다.

국민 손으로 뽑은 문민 정부는 전직 국방부장관의 뇌물 비리로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지역민 손으로 뽑은 민선 시장은 버스 업계와 공무원 간의 ‘비리 커넥션’으로 시정 장악 능력에 근본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민선 시장을 따르지 않는 공무원을 탓하기만 했지 새로운 기강을 세우기 위한 사정이나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을 한 번이라도 보여준 일이 있느냐’고 비판한다.

비단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광주·경기.검찰이 서울시 비리를 발표한 지 1주일이 채 못되어 버스 비리 의혹은 전국 곳곳으로 번져 가고 있다. ‘시대를 바꾸었다’는 민선 지방 자치 시대의 자부심이 곳곳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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