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한 주
  • 崔寧宰 기자 ()
  • 승인 1997.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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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족
“터키군이 우리를 학살하고 있다”


‘쿠웨이트를 위해서는 전쟁을 하면서 쿠르드 문제에 대해서는 왜 침묵을 지키는가. 왜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가?’ 터키로부터 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인 백여 명이 지난 5월22일 제네바 유엔사무소 유리문을 부수고 들어가 국제 사회를 향해 외친 말이다.

쿠르드 반군 대변인은 “터키군이 이라크 북부에 있는 쿠르드 분리주의자 마을을 습격하는 바람에 민간인 4백여 명이 살해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 전역에서 모인 쿠르드 병사들이 터키군이 저지른 학살 행위를 고발했는데도 국제 사회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터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터키군은 5월14일부터 8일 동안 이라크 북부 산악 지역의 국경을 넘어 쿠르드 반군을 공격해 반군 1천3백여 명을 죽인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군은 이번 작전에 탱크 수백 대와 지상군 4만여 명을 동원하고 공중 폭격도 병행했다. 현지 언론은 터키군의 공세로 큰 피해를 본 쿠르드족 반군이 이란과 시리아로 흩어져 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랍 국가들은 터키가 반군 소탕을 빌미로 이라크 국경을 넘어 작전을 벌이는 등 이라크 주권을 침해했다고 비난했다.
미국
간통 여조종사 전역, 사랑이 뭐길래…


미모의 여성 폭격기 조종사와 축구 코치의 간통 사건은 조종사가 일반 전역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이 조종사는 살아갈 일이 막막하게 되었다. 일반 전역 조처를 당해 예비역 자격으로 비행기를 몰지 못하게 되었고, 수억원대에 달하는 공군사관학교 교육비도 환불해야 한다. 켈리 플린 중위(26). 그는 핵폭탄을 적재하는 공군의 전략 핵심 B52기를 모는 최초의 여성 조종사였고, 미국내 여권 신장의 본보기였다.

사건은 플린 중위가 부대내 민간인 축구 코치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시작되었다. 이 축구 코치는 유부남이었으나 처음에는 이 사실을 중위에게 숨겼다. 부대 내에 소문이 퍼지자 부대장은 교제를 끊으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플린 중위는 아내와 이혼하겠다는 축구 코치의 말만 믿고 교제를 계속했다. 결국 중위는 군법회의에 회부되었다. 죄목은 상관 명령에 대한 항명(2년)과 수사관 심문에 대한 위증죄(5년), 간통죄(1년), 장교 품위 손상죄 (1년)였다. 플린 중위는 군법회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명예 제대를 희망했다. 군은 끝까지 군법회의를 고수했다.

그러나 처벌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너무 높자 미국 공군은 플린 중위를 군법회의에 회부하지 않고 명예 제대보다 한 단계 낮은 일반 전역으로 처리했다. 미국 공군은‘정직’과‘명령 복종’이라는 공군의 최고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일반 전역 결정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여성운동가들은 간통 사건에 대한 공군 규정은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며, 이번 사건 처리 결과가 심각한 성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벨로루시
두 나라가 한 나라로 ‘통합’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이 5월23일 양국 합병 헌장에 공식 서명했다.

합병 헌장 내용은 △양국 최고 권력기관으로 대통령, 총리, 상·하 양원 의장이 참여하는 최고집행위원회 설치 △통합 국회 구성 △경제연합 추진 △공동 군사 전략 기지 건설 △단일 통화제 도입 등이다.

합병 헌장에 서명한 직후 옐친 대통령은 러시아·벨로루시 연방이 시장 경제 원리에 따라 경제를 발전시키며, 대외적으로는 공동 안보 정책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독립국가연합(CIS) 가맹 국가들도 러시아·벨로루시 연방에 동참하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또 새 통합 국가의 수도를 페테르부르크 서쪽의 스몰렌스크로 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그러나 양국이 의견 대립을 벌인 정치 권력 체제를 포함한 통합 형태와 통합 국가 체제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양국 합병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일부는 진정한 통합을 위한 중대한 전진이라고 평가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연방’이라는 명칭만 거창할 뿐 최고집행위원회의 권한과 기능이 애매하고, 모든 결정이 양국 합의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무기력하리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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