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성큼 다가온 무더위
  • 金尙益 기자 ()
  • 승인 1997.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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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일찌감치 시작돼 숨막히는 여름 예고
섭씨 35도. 찐다 쪄!

1주일이 넘도록 무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요일인 지난 6월15일 서울의 낮 기온이 섭씨 35도를 기록했다. 이는 6월의 기온으로는 58년 6월24일 이후 39년 만의 최고치였다. 6월15일이라는 날짜를 기준으로 따지면 1907년 한국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이었다니, 그날 하루 동안 서울시민이 체감한 더위가 예사롭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굳이 기상청 발표를 기다리지 않더라도, 찜통 더위는 이번 주에도, 또 그 다음 주에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줄창 이어질 것이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지만 더위에 지쳐 만사가 귀찮아진 엄마 아빠를 졸라 물가에 나온 어린이들을 보라. 훌훌 벗어던지고 물속에 뛰어드는 아이들. 여름의 고통을 순식간에 즐거움으로 바꾸는 그들의 단순하고도 원초적인 지혜가 새삼 놀랍다. ‘물놀이 삼매경’에 빠진 천진한 어린이들을 바라보노라면 이른바 스트레스 해소에 별쭝맞은 묘책이 따로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찌는 듯 더운 날 물속에 첨벙 뛰어들면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이 단순하고 명쾌한 행동 원칙이야말로 너나없이 때 만났다는 듯 온몸에 기름칠을 하고 갈색 피부를 만드는 일에 몰두하는 어른들의 호사보다 한층 윗길 가는 여름 나기의 비방이라 할 만하다.

무더위가 예년보다 먼저, 더 뜨겁게 찾아온 요즘의 기상도에서 잠 못이루는 열대야는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찾아오리라는 불길한 조짐이 읽힌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고통을 참으며 계절의 변화를 즐기는 지혜를 터득할 도리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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