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 수령 거부하겠다"
  • 成耆英 기자 ()
  • 승인 1998.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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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무성의에 반발…생존과 규모에도 의혹 제기
귀환 국군 포로 양순용씨의 가족이 포로 처리에 대한 정부의 무성의에 반발해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겠다고 나서 파란이 일고 있다. 양순용씨의 조카 양기훈씨는 양씨의 면역식이 치러진 직후인 지난 4월24일 가족을 대표해 <시사저널>과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훈씨는 이미 95년 중국의 제3자를 통해 큰아버지 양순용씨의 생존 소식을 전해 듣고 3년 동안 여러 차례 중국을 오가며 귀환 작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왔다.

양순용씨에 대한 정부의 보상금은 약 6천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2천2백만원 규모의 주거 지원금과 정착금 천만원, 그리고 정보 제공비 명목의 보로금 3천만원 등이다. 대신 부인 박옥임씨가 전사자 미망인으로 등록되어 매달 62만원씩 받던 보훈 연금은 자동으로 중단된다. 통일원 당국자는 “45년간 적지(敵地)에서 고생하다 탈출한 국군 출신이기 때문에 가족들이 보상금 액수에 반발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정부로서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의 지원을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 내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군 포로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정부, 생존자 20여 명 명단 확보

양순용씨를 맞은 가족은 양씨의 귀환 이후 정부측과 사사건건 대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의 이런 감정은 지난 4월24일 김동신 육군 참모총장에 대한 양순용씨의 면역 신고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양씨의 부인 박옥임씨는 김동신 참모총장이 주는 손목 시계 선물을 뿌리쳤고, 동생 병용씨는 그동안의 면회 통제와 보상금 문제에 대한 정부의 비협조 등에 불만을 나타내며 군 당국에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양기훈씨는 또 큰아버지 순용씨가 밝힌 국군 포로 명단과 실상을 정부가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도 강하게 제기했다. 양순용씨는 지난해 12월 입국한 후 지난 2월 가족과 면회하는 자리에서 ‘국군 포로 2백여 명의 명단을 정부 당국에 제공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양순용씨는 현재 이런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또 입국한 지 보름 정도 지난 뒤인 1월 중순에는 94년 귀환한 조창호씨와도 따로 만나 상당수의 국군 포로 명단을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방부가 확인한 생존 포로 명단은 7명이다. 더구나 국방부의 무성의한 확인 작업 때문에 엉뚱한 사람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었다(10쪽 상자 기사 참조). 더구나 현재 정부는 양씨가 면역 신고 당일 밝힌 7명 이외에 약 20명의 명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양씨는 이미 이 중 일부를 <시사저널>에 공개했다.

정치적 파장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정부가 생존 국군 포로 규모와 명단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애초 양씨에 대한 기자회견마저 불허하려는 방침을 세웠다가 기자들의 반발로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지난 12월 양씨가 한국행에 성공한 직후 <시사저널>과 만나 3년 간에 걸친 양씨의 탈북 작전 전모를 털어놓은 양기훈씨는 “큰아버지를 모셔오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은 하루가 다르게 생존자가 줄어들고 있는 국군 포로 문제 해결에 정부가 적극 나서 달라고 촉구하기 위해서였다”라고 말했다.

전후 세대인 양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미국은 한국전 사망자의 유해까지 찾아오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대북 협상에 나서고 있는데 45년 만에 조국으로 귀환한 포로를 이렇게 대우한다면 대한민국 국군 중 누가 자긍심을 갖고 참전하겠느냐”라고 되물었다. 양씨는 학군(ROTC) 24기로 28사단에서 근무한 육군 장교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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