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목 문화제, 씻김굿으로 호국영령 추모
해마다 6월이면 우는 나무가 있다. 강원도 화천군 북한강 상류 이른바 ‘비목의 계곡’으로 부르는 평화의 댐 주변에서는 6월이 오면 ‘죽은 나무’들이 우짖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유계(幽界)에 뿌리박은 이 ‘이름 모를 나무’들이 6월이면 분단의 아픔과 비극을 가장 극적으로 상징하는 이 ‘평화의 격전지’에서 올해로 세 해째 찾아오는 명계(明界)의 사람들과 함께 흐느낀다.“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이여”.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치고, 한명희씨가 쓴 시에 장일남씨가 곡을 붙인 4행 2절로 된 이 〈비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노랫말 뜻을 제대로 아는 사람 또한 드물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화약 연기를 뜻하는 ‘초연(硝煙)’을 관심을 두지 않는 ‘초연(超然)’으로 잘못 알거나, 사향노루를 뜻하는 ‘궁노루’를 ‘궁노루산 울림’으로 잘못 읽고 있다. 하기야 노랫말 제목인 ‘비목(碑木)’부터가 사전에 없는 만든 말이고 보면 ‘패목(牌木)’으로 잘못 읽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비석(碑石)이 아닌 비목(碑木)을 세운 것부터가 일상성을 뛰어넘은 극적 비감(悲感)을 자아내는 것이다. 분단의 비극이 낳은 또 하나의 상징물인 평화의 댐에서 ‘비목마을 사람들’(공동대표 신경림·한명희·황인용)이 세 해째 열고 있는 비목 문화제는 그래서 더 비극적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추모하고 그 혼을 달래는 이 씻김굿(사진)은 현충일에 열리는 유일한 문화예술 행사이기도 하다. 이날 국방부장관과 문화관광부 장관이 나란히 이 문화제에 축사를 부친 것도 ‘평화의 격전지’를 상징하는 ‘행위예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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