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나사 풀렸다
  • 이숙이 기자 (sookyi@e-sisa.co.kr)
  • 승인 2001.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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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빠진 경호·의전팀… 경호 태만·연설문 분실 '가관'

사진설명 이럴 수가 : 김대통령으로부터 노르웨이 출국 연설은 비서진이 원고를 잃어버려 지체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외유 징크스가 있다. 그가 외국에 나갈 때마다 국내에서 치명적 악재가 터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러시아·몽골 방문 때는 '옷 로비 사건'이 불거졌고, 지난 9월 유엔 '새 천년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는 '한빛 사건'과 '민주당 선거비용 실사 개입 의혹'이 극에 달했다.

이 징크스는 이번 노르웨이 방문 중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그가 나라를 비운 사이, 박금성 서울경찰청장 학력 허위 기재 파문에 이어, 청와대 경내 총기사고 은폐 의혹까지 터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외국에서까지 이런저런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우선 출발부터가 순탄치 않았다. 12월8일 서울공항에서 출국 인사를 하려던 그의 연설이 잠시 지체되었다. 단상에 연설 원고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연설문은 공보팀이 초고를 작성한 뒤 대통령의 첨삭을 거쳐 의전비서관이 챙기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막판 수정을 거친 원고가 비서진 사이에서 사라진 것이다. 다행히 현장에 있던 공보팀 관계자가 복사본을 가지고 있어 일촉즉발 위기는 넘겼으나, 글씨가 작은 탓에 대통령이 돋보기를 꺼내 써야 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경호팀에서 발생했다. 12월9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건물 안에서 대통령이 탄 승강기가 7분이나 멈추어서는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다. 경호팀이 미리 승강기를 점검했는데도 벌어진 사고였다. 그런가 하면 노벨위원회 내·외신 기자회견장에서는 이희호 여사 뒤에 앉아 있던 안주섭 경호실장이 갑자기 등장한 노르웨이측 경호원으로부터 '비켜달라'는 요청을 받고 얼떨결에 자리를 내준 황당한 사건도 발생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 격이라고나 할까. 요즘 청와대는 완전히 나사가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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