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세자 책봉' 안된다"
  • 장영희 기자 (jjang@e-sisa.co.kr)
  • 승인 2001.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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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건희 회장, 장남 경영 참여 공식화…참여연대, 전면전 돌입

사진설명 "장남에게 모든 것을…" : 삼성 이건희 회장(왼쪽 두 번째)은 이재용씨가 후계자임을 기정사실화했다.ⓒ연합뉴스

"금년부터 나올 겁니다."지난 2월28일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 참석한 삼성 이건희 회장은 기자들이 '아드님의 경영 참여'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로써 재용씨의 경영 참여는 확정적 사실로 굳어졌다. 재용씨는 이미 그룹 지배력을 확보한 상태다. 그는 비상장사인 삼성에버랜드의 최대 주주(25.1%)이고, 에버랜드는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19%)이다.

남은 문제는 참여 방식과 시기. 이에 대해 삼성의 한 관계자는 "3월 중순에 있을 임원 인사에서 재용씨가 기획·전략 담당 상무보로 승진 발령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 대학 비즈니스 스쿨 박사 과정을 끝낸 재용씨의 직함은 삼성전자 부장. 삼성측이 3월9일에 있을 주주총회에서 재용씨를 '등기 이사'로 화려하게 입성시키는 방식을 피한 것은, 무엇보다 주총에서 일어날지도 모를 물리적 충돌을 원천 차단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차례 격돌은 불가피할 것 같다. 삼성의 '천적'인 참여연대 장하성 경제민주화위원장(고려대 교수)은 "재용씨 경영 참여 문제는 법적으로는 제동을 걸 수 없다"라면서도, 주총에서 소액주주를 대신해 정확하게 '불가'라고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가 그를 삼성전자 임원으로 불가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삼성전자 부장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근무한 적이 없고, 다른 하나는 소송에 휘말려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재용씨는 참여연대가 제기해 현재 대법원에 계류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무효 소송 등으로 변칙 증여 시비에 휩싸여 있다.


삼성, 위임장 대결에서 압승


양쪽은 재용씨 건 외에도 이미 사외 이사 건을 둘러싸고 격렬한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발단은 지난 2월 참여연대가 전성철 변호사(세종대 세계경영대학원장)를 소액 주주 몫 사외 이사로 추천했으나, 삼성측의 입김이 작용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전변호사를 '추천'하지 않은 데서 비롯되었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비상임 사내 이사로 받아들여 달라는 수정 제의를 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주총에서 표대결을 벌이게 된 것이다.

현재 표대결의 사전 양상은 일단 참여연대가 불리하다. 기관과 펀드를 상대로 한 삼성전자와 참여연대 간의 위임장 대결에서 삼성측이 압승을 거두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현대·대한·한국 투신운용이 '이학수 이사(구조조정본부장) 재선임 찬성·전성철 이사 선임 반대'를 공시해 참여연대를 궁지로 내몰았다. 서울투신운용과 외국계인 템플턴투신운용이 지지 입장을 보였으나, 참여연대 우호 세력은 절대 약세이다. 참여연대 김진욱 변호사는 "삼성이 전방위로 압력을 행사했다고 들었다. 금력을 동원한 삼성의 위협 탓인지 평소 소액주주 운동을 지지하던 기관투자가마저 등을 돌렸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결사 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주총 당일에야 뚜껑이 열릴'외국인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삼성전자 지분 55%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5백여 세계 주요 기관 투자가의 주총 의결권을 위임받고 있는 세계기관투자가협회(ISS)가 최근 외국계 투자자들에게 참여연대를 지지하는 공문을 보낸 사실에 고무되어 있다.

양 진영은 변칙 증여 건을 둘러싸고 사활을 건 싸움을 몇 년째 벌여왔다. 3월9일 승리의 여신이 어느 쪽에 미소를 보낼지 모르지만, 이 날의 승패가 '삼성·참여연대 대전'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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