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 입에 '뜨거운 감자' 물리자"
  • 소종섭 기자 (kumkang@e-sisa.co.kr)
  • 승인 2001.06.0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나라당 '오장섭 장관 퇴진' 공세…
여권, 정국 주도권 상실 우려해 '강력 방어'


자민련 소속인 오장섭 건설교통부장관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한나라당은 재산 위장 증여와 관급 공사 수주 의혹을 제기하며 오장관의 낙마를 노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6월 임시국회는 '오장섭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 또한 건설 경기 부양책을 주도하는 오장관의 거취가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장관과 관련한 의혹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장관에 임명(3월26일)된 지 한달이 채 안된 4월16일부터다. 이 날 열린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회의에서 한나라당 윤한도 의원은 "경영에서 손을 뗐지만 장관과 깊은 관계인 대산건설이 충남 지역 발주 공사와 정부투자기관 등의 관급 공사를 싹쓸이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광원·안경률 의원도 '재산 위장 증여 의혹' 등을 집중 추궁했다. 오장관과 관련해 최근 언론에 보도된 각종 의혹들은 이때 대부분 한번씩 거론되었다.


여권은 5월25일 DJP 회동에서 합의했듯이 '문제가 없다. 더 밀릴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른바 '충성 문건 파문'으로 43시간 만에 물러난 안동수 법무부장관에 이어 오장관까지 물러날 경우 급속히 정국 주도권을 상실하게 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완전히 여권의 기를 꺾으려는 한나라당의 공세가 쉽사리 수그러들 것 같지도 않다.


한나라당, 오장관의 '돈 흐름' 추적


한나라당은 오장관의 '돈'에 주목하고 있다. 애초 건교부장관 후보로 거론되던 장재식 현 산업자원부장관 대신 임명된 점, 대선을 앞두고 건설업체 운영 경험이 있고 자금 동원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오장관이 발탁된 점 등을 들어, 줄기를 따라가면 '정치 자금'과 관련된 단서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한 측근은 "오장관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당 지도부의 의지가 확고하다. 당 경제통들은 금융권·건설업계·금융감독원 등을 상대로 이미 오장관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는 작업에 들어갔다"라고 전했다.


이런 측면에서 주목되는 것은 대산건설(현 DS건설·오장관의 조카인 오인섭씨가 사장)과 오장관의 관계다. 오장관은 1977년 대산건설에 입사해, 1992년 14대 총선에서 민자당 국회의원이 될 때까지 15년(3년 간은 사장) 동안 근무했다. 1997년 12월18일 충남 예산농협 등으로 돌아온 어음 18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된 대산건설(당시 회장 오삼근·오장관의 작은 아버지)은 오장관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자민련에 입당한 뒤인 1998년 5월, 대전지법 홍성지원으로부터 화의(채권자들이 대상 기업의 채무 탕감이나 변제 기일 연장 등 채무 재조정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한 뒤 채권을 회수하는 절차) 인가를 받았다.


1999년 DS건설로 이름을 바꾼 이 회사는 2000년 매출액의 88%(1천40억원)를 관급 공사로 따내는(도급 순위는 99위) 괴력을 발휘했다. 도급 순위 97위인 신원종합개발(63억원), 98위인 동광건설(5백15억원), 100위인 대동건설(60억원)과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한나라당은 특히 오장관이 국회 건설교통위원 시절 유난히 화의 업체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1999년 8월4일 열린 206회 임시국회 때 건설교통위원이던 오장관은 당시 이건춘 건설교통부장관에게 이렇게 질의했다. "화의 업체에 대한 지원책이 하나도 없다. 이미 자본이 잠식되었기에 자본을 기준으로 한 규정에 의해 새로운 인가나 허가를 받으려면 아무 것도 못 받는다. 화의된 법인체들이 활동할 여건을 건교부가 하나도 마련해 주지 않고 있다."


한 대기업의 홍보실 관계자는 "오장관의 거취를 둘러싼 공방 결과는 향후 권력 판도 변화와 맞물려 있어 재계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거취 문제가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재계의 '돈' 흐름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