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더해가는 '몸통 의혹'
  • 소종섭 기자 (kumkang@e-sisa.co.kr)
  • 승인 2001.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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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전 단장, '새로운 통화' 사실 속속 밝혀져…
'외압 일지'에 관심 증폭


'이상호 리스트'는 실제로 존재하는가. 인천공항 유휴지 개발사업자 선정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은 이상호 전 개발사업단장이 국중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외에도 다른 두 행정관과 통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계기로 대통령 친인척이 관련되어 있는 에어포트72(주)측의 로비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때문에 검찰 수사가 확대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이들의 배후 인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상호씨는 지난 8월10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외압 일지가 있다"라고 말해 처음으로 외압 일지의 존재를 알렸다. 이씨의 언급은 이번 사건의 몸통이 따로 있다는 얘기나 다름없었고, 그가 "국중호 행정관에게 미안하다"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8월14일에는 변호인인 조한중 변호사가 "이씨로부터 전화 통화 사실 등 업무와 관련해 적어놓은 일지를 친구가 보관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라면서 외압 일지의 존재를 뒷받침했다.


형 이상룡씨 "근거 없는 얘기 아니다"


그러나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폭로하겠다"던 이씨측은 지금까지 외압 일지의 겉봉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가족회의를 한 뒤" "이씨와 상의한 뒤" "주말에" 등 말을 바꾸다가 "재판정에서 공개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인천지검에 출입하고 있는 한 일간지 기자는 "솔직히 이씨측 주장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인천지검 주변에서는 외압 일지가 있더라도 큰 파괴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개발사업단장이라는 신분으로는 고위층보다 청와대 행정관 등 실무자급과 통화하거나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서이다.


그러나 이씨의 형인 이상룡씨는 지난 8월18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런 시각을 단호히 배격했다. 이씨는 "근거 없이 한 얘기가 아니다. (밝힐 경우) 후유증이 크다. 필요 없는 사람이 다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의 수사를 보면서 (폭로)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상호씨의 친구인 한 언론인은 "내게 맡기지는 않았지만 없는 것을 있다고 말할 사람은 아니다. 일지라기보다는 적어 놓은 메모 따위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천지검 주변에서는 외압 일지가 있다면 사건의 핵심인 '강동석 리스트'로 연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사장이 이번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말했던 내용을 이씨가 기록해 놓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다면 그 여파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확대될 것이고, 필연적으로 검찰 수사가 강사장 쪽으로 옮아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의 한 전직 고위 인사는 강사장이 청와대 등 정치권 고위 인사들과 친분이 깊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사업자 결정 과정에서 나타난 강사장의 태도이다. 그는 평가위원 4명을 자신의 마음대로 바꾸었으나 그 가운데 3명은 (주)원익 쪽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재평가도 지시하고 평가위원을 바꾸는 모양새도 취했으나 실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강사장이 어쩔 수 없는 어떤 '외압'에 밀려 겉으로나마 외압을 가한 쪽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양새만 갖추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사건의 핵심은 강사장과 청와대 행정관들의 뒤에 있는 인물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8월20일 성명을 내고 "이상호씨의 외압 일지를 즉각 공개하고 권력자들에 대한 전면 수사에 착수하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갈수록 첨예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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