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협의회 회장은 내부자 거래꾼?
  • 소종섭 기자 (kumkang@e-sisa.co.kr)
  • 승인 2001.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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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회장, 구속 기소…초단타 매매 차익도 챙겨
코스닥에 등록된 회사들의 투명한 경영 활동을 장려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대표자가 오히려 앞장서 법을 위반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당사자는 코스닥등록법인협의회 이정수 회장. 검찰은 11월12일 그를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해, 11월20일 서울지방법원에 기소했다.




코스닥등록법인협의회는 1999년 6월에 코스닥 등록 법인들의 권익 옹호와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되어, 2000년 1월 재경부로부터 사단법인 허가를 받은 단체이다. 코스닥 시장에 등록된 6백92개 법인이 회원이고, 터보테크 장흥순 사장과 케이디컴 윤학범 사장이 부회장, 시공테크 박기석 사장과 오리콤 전희천 사장 등이 이사로 있는 등 유명 벤처 기업가들이 임원진에 다수 포진해 있다.


사회 활동 활발, 수상 경력 화려


지난 5월15일부터 코스닥등록법인협의회 회장으로 일해온 이회장은 그동안 한국소음진동공학회 회장, 연세대 행정대학원 고위정책과정 총동창회장, YTN CEO 포럼 회장을 맡는 등 활발히 사회 활동을 해와 관련 업계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인사이다. 국무총리상과 중소기업대상을 비롯해 여러 차례 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연세대에 연구기금을 10억원 기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84년 설립되어 교량이나 건물의 내진 설계에 들어가는 건설 기자재를 생산하는 업체인 유니슨산업 회장인 그는 내부 거래를 통해 수억원대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내부 정보가 공개되기 전에 주식을 거래해 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회장 지분이 49.07%인 이 업체는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이 한국표준협회와 공동으로 선정한 '품질 경쟁력 우수 기업'에 5년 연속 선정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이미 지난 3∼4월에 이회장의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를 진행했다는 것이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기 전에도 증권가에는 이회장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나돌았다. 지난해 5월, 20여 일 동안 그가 매도 네 차례, 매수 일곱 차례 등 모두 열한 차례 자사 주식을 매매한 것을 둘러싸고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30일에 이회장은 유니슨산업의 주식 2만6천5백주를 팔았다가 같은 날 다시 2만9천3백주를 사들였고, 31일에는 2천3백주를 샀다가 곧 되팔기도 하는 등 회장이라는 직함에 어울리지 않는 '초단타 매매'를 하기도 했다.


당시 유니슨산업측은 주가가 너무 떨어져 주가 관리 차원에서 대주주가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대주주가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공표해 놓고 뒤로는 주식을 팔아 차익을 챙긴 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 이회장이 유니슨산업 주식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그의 지분율은 0.52% 포인트 높아졌다.


유니슨산업의 한 관계자는 회장이 미국에 출장간 것으로 안다며 이회장 구속에 입장을 표명하기를 거부했다. 코스닥등록법인협의회측도 이회장 구속 사실을 쉬쉬하면서 공개될 경우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코스닥 기업주들에 대한 도덕성 검증 작업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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