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일가 주식 투자는 ‘화수분’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2.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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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와 편법 거래로 엄청난 시세 차익…LG 화학·개미 투자자는 큰 손해


한국의 재벌들은 주식 투자에 타고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3년 동안 구본무 LG 회장을 비롯한 LG 일가 14명은 원금 9백12억원만으로 그 두 배가 넘는 2천4백75억원을 뽑아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지난 4월25일 거래소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폭락을 주도한 종목은 LG화학 계열 주식이었다. 전날 LG화학 이사회가 LG석유화학 주식 6백32만주를 LG그룹 일가로부터 사들이기로 결정하면서 매도세가 이어졌다. 이 거래로 LG그룹 오너 일가 14명 중 9명은 앉아서 6백억원 시세 차익을 보았다.
LG화학은 나름으로 항변한다. LG화학은 회사 운영에 필요한 연료의 대부분을 LG석유화학으로부터 가져오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자회사를 지배 경영하기 위해 주식 매입은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다.
언뜻 듣기에는 그럴듯해 보이는 설명이다. 그러나 LG의 과거를 따져보면 속내가 보인다.



원래 LG화학은 LG석유화학 지분을 100% 가지고 있었다. 보유 지분이 낮아진 것은 1999년 지분 70% 이상을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그룹 일가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이들이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면서 ‘안정적인 경영’이 어렵게 된 것이다. LG화학의 설명대로 안정적인 지배가 필요하다면 대주주들이 주식을 팔지 않으면 된다.



LG그룹 구씨와 허씨 일가가 지난 1월30일부터 4월23일까지 처분한 LG석유화학 주식은 1천3백71만3천주다. 그렇게 해서 챙긴 시세 이익만 무려 9백61억원이다. 이 중 3명은 4월25일 거래에도 참여했다.



끼리끼리 팔고사니 버는 것은 당연





시세 차익이 왜 이렇게 많은 것일까? 애초 주식을 싸게 샀기 때문이다. 1999년 6월28일 LG화학은 LG석유화학 주식 2천7백44만 주를 겨우 주당 5천5백원에 구본준 사장과 그 친척 일가에게 팔았다. LG석유화학은 2001년 7월 증권거래소에 등록했다. 상장 가격은 이들이 매입했던 가격의 배에 가까운 만원이었다. 이후 LG석유화학의 주가는 2만원 가까이 올랐다.



LG그룹 일가가 벌어들인 1천5백61억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은 이상 잃은 쪽이 있을 것이다. 가장 큰 손해를 본 것은 LG화학이다. LG화학이 LG석유화학 주식을 팔지 않았더라면 9백61억원은 고스란히 LG화학 몫이 되었을 것이다. 또 ‘안정적 경영’을 위해 추가로 매입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므로 올해 LG석유화학 주식을 매입하는 데 드는 6백억 원(차익)을 아낄 수도 있었다. 그러나 LG 측은 “차익은 다시 계열사 주식을 사는데 쓰여 현금화 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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