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민영화, 초읽기 들어갔다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2.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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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분 매각 발표…‘삼성 위한 잔칫상’ 의혹·정치권 간섭 떨쳐내야 성공


지난 7일 정부가 KT(옛 한국통신) 지분을 5월 안에 모두 매각하기로 발표함에 따라 KT 민영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정부가 갖고 있던 KT 지분 28.4% 가운데 5.7%를 우리사주로 배정하고, 나머지는 일반 주식 (8.8%)과 교환사채(EB) 형태(13.9%)로 팔 계획이다.


매각 방침이 발표된 뒤 경영권을 노린 전략적 투자자와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일반 투자자 사이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일반 투자자 처지에서 KT 주식은 ‘금싸라기’이다. 주식 매각 물량 가운데 일반인은 5백70만 주(1.83%)를 매입할 수 있어 물량도 넉넉한 편이다. 현재 KT 주식은 5만4천원 안팎이지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KT가 민영화하면 8만∼12만 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일반 투자자에게는 욕심 나는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포스코의 경우에도 시가총액이 2000년 10월 민영화 당시 7조6천억원에서 2002년 5월 현재 11조8천억원으로 155%나 증가했다.


그러나 KT 경영권 사냥을 노리며 매각 발표를 기다렸던 기업들은 이번 매각 방안을 썩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이다. 대주주가 되어도 경영에 간섭할 수 없도록 규제 장치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에 보유 지분을 모두 팔아 완전 민영화를 이루되 특정 대기업이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을 봉쇄해 KT를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매출액 16조원, 자산 규모 30조원인 재계 순위 6위 기업이 특정 기업으로 넘어가면 경제력이 집중되어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이번 매각 방안에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당근’과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할 제도적 ‘채찍’을 동시에 포함했다.




투자자 유치 위한 당근과 채찍


‘당근’은 지분 가운데 일정 비율 이상을 확보한 전략적 투자자에게 사업 협력권과 사외이사 추천권 등을 준다는 내용이다. 사외이사 추천권은 교환사채를 포함해 지분 3% 이상을 확보한 투자자 가운데 상위 3개 회사에 주어진다. 지분 1.5% 이상을 확보한 업체는 KT가 진출하는 신규 사업을 우선적으로 제휴할 수 있다.


반대로 ‘채찍’으로는 사외이사 권한을 확대하고, 감사위원회 기능을 강화했다. 사외이사 수를 7명에서 9명으로 늘리고, 사장이 겸임하고 있는 이사회 의장을 비상임 이사 가운데서 선임하도록 한 것이다. 또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도 도입했다. 정부는 이번 매각에서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정부의 매각 방안이 특정 기업에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교수(한성대·무역학)는 “이번 매각 방안에서는 특정 대기업을 밀어준다는 낌새가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1개월이 지나면 곧바로 KT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교환사채 발행과, 주식청약납입금을 청약 당일 모두 납입토록 한 것은 특정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달짜리 교환사채 발행은 민영화 초기부터 전략적 투자자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셈이고, 주식청약금을 청약 당일 모두 납입하게 한 것은 자금 동원 능력을 가진 특정 대기업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번 KT 민영화가 ‘삼성을 위한 잔칫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만한 자금 동원 능력을 가진 기업은 삼성뿐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물론 삼성은 투자 목적에서만 KT 주식 매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오래 전부터 KT에 눈독을 들여온 터라 그 진의를 둘러싼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또 설사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KT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으로 간다고 해도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은행권이나 포스코의 경우처럼 정치적 입김에 흔들릴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를 통해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선진적 구조를 갖춘 기업이다. 포항공대(3.24%) 포철교육재단(0.32%) 등이 최대 주주이며, 외국인 지분율이 60%를 넘는다. 소유 구조가 분산되어 있고, 감사위원회 감시 때문에 주주들이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최규선씨 관련 사건을 통해 포스코 역시 정치적 입김에 약한 공기업의 구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은행권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이보다 한술 더 떠 ‘관치 금융’이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였다. 정부는 은행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행장 추천 등에 강한 입김을 불어넣어 왔다. 마찬가지로 은행업처럼 규제 산업에 속한 KT에도 정부는 사외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선출하는 과정 등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결국 특정 재벌에 의한 경영권 장악을 막고 정부의 입김을 차단하는 것만이 국민의 세금으로 일구어온 KT가 온전한 국민의 기업으로 새로 태어나는 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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