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에 퍼지는 ‘돈 공천’ 악취
  •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2.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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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간판=당선”…지방선거 앞두고 헌금수수 시비 잇따라
한나라당이 지방 선거에서 압승을 장담하는 대구·경북 지역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4월부터 경북 4개 시·군에서 ‘돈 공천’ 말썽이 끊이지 않더니 급기야 현역 국회의원이 공천헌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대구지검 의성지청(지청장 강찬우)은 청송군과 영양군 군수 공천 신청자들에게서 6억원을 받은 혐의로 한나라당 김찬우 의원(69·청송·영양·영덕)에 대해 5월17일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현역 의원이 돈 받은 혐의도



검찰에 따르면, 김의원은 현 청송군수 박종갑씨(60·구속)로부터 지난 1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3억원을 받았다. 또 청송군수 공천을 희망한 황호일씨(60·전 청송 부군수·구속)로부터 1억원을, 영양군수 공천을 희망한 조동호씨(58·전 영양 부군수·구속)에게서 2억원을 받았다. 황씨와 조씨는 공천되지 못하자 나중에 돈을 돌려받았다.



민추협 간부 출신인 김찬우 의원은 4선 중진으로서 국회 윤리특위 위원장과 보건복지 위원장을 지냈다. 그러나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연락을 끊고 잠적해 한동안 보좌진조차 영문도 모른 채 허둥대는 일이 벌어졌다.
김찬우 의원의 한 보좌관은 “6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모시는 사람들이 더 놀랐다. 진상을 몰라 언론에 해명조차 못했다”라고 털어놓았다. 김의원의 한 지역구 주민은 “후덕하고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인상이었는데 돈을 요구했다니 한마디로 황당하다”라며 배신감을 털어놓았다.





김찬우 의원 공천헌금 수수 사건은 TK 지역에서 벌어진 공천 헌금 사례 가운데 빙산의 일각이다. 경북 지역 7∼8개 시군은 지난 4월 말부터 ‘돈 공천’ 시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주민은 규탄대회를 열고 지역구 현역의원의 허수아비를 만들어 화형식까지 벌였다.



경북 경산·청도지구당(위원장 박재욱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경윤 경산·청도지구당 부위원장은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리라는 믿음 때문에 경북 지역의 대다수 경선대회는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 되고 말았다. 나는 돈 공천 들러리를 서기 싫어 경선을 포기했다”라고 주장했다.



무소속으로 경산시장에 출마할 예정인 이찬우씨(63·경북 도의원)는 “경산시장은 5억원, 청도군수는 3억원, 도의원은 1억5천만원이라는 말이 파다했다”라고 혼탁 실태를 증언했다. 그러나 박재욱 의원측은 “너무 허무맹랑한 주장이어서 검찰도 수사를 포기한 것이다”라며 공천 헌금 수수 주장을 일축했다.



이밖에 한나라당 성주·고령 지구당(위원장 주진우 의원)이 지난 4월 ‘특별 당비’ 요구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무소속 역풍 불 가능성도 있어
선거 전문가들은 TK 지역에서 ‘한나라당 공천〓당선’으로 통하기 때문에 공천 헌금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고 본다. 과거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은 말뚝만 꽂아놓아도 된다’는 말이 나돌았듯이 지금 대구·경북은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나무꼬챙이라도 된다’는 분위기이다.



한나라당은 요즘 공천 과정에서 돈 문제가 불거져 지방 선거에서 무소속 돌풍이 불까 봐 걱정하고 있다. 실제 경북 경주·김천·경산 등 3∼4개 지역에서는 무소속 단체장들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구참여연대 권혁장 시민감시국장은 “기성 정치권의 부정 부패에 대한 유권자들의 혐오가 지역주의 투표 성향을 누를 수 있을지 여부가 선거 판세를 결정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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