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검은 구멍 끝까지 파헤친다
  •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2.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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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비자금 수백억원 꼭 찾아내겠다”



"대형 연예기획사 대주주들이 횡령한 회삿돈만 수십억원, 주식으로 얻은 시세 차익이 수백억원이다.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 꼭 밝혀내겠다.” 지난 7월28일, 휴일 오후인데도 연예계 비리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지검 김규헌 강력부장이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자청하며 한 말이다.



김부장은 권승식 GM기획 대표와 은경표 MBC PD 등 잠적한 연예기획사 대주주와 방송사 PD들의 도피 기간이 길면 길수록 고통만 클 것이라며 하루빨리 검찰에 자진 출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수하여 광명 찾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검찰의 선전 포고였다. 서울지검의 연예계 비리 수사가 불볕 더위만큼이나 뜨거운 뉴스를 연일 토해내고 있다. 지난 7월28일에는 연예기획사 ‘도레미미디어’ 관리부장 김영진씨가 회사 대표 박남성씨(수배중)와 함께 회삿돈 23억원 횡령에 공모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7월27일에는 MBC 부국장급 PD 출신인 김영철씨가 기획사 대표와 가수 매니저 등으로부터 PR비로 7천만원 가량을 받아 사법 처리되었다. 이에 앞서 26일에는 SM엔터테인먼트(SM) 대표 김경욱씨가 대주주 이수만씨와 짜고 11억5천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같은 날, 검찰은 유명 MC 서세원씨가 대표로 있는 서세원프로덕션을 압수 수색했다.



검찰 수사가 활기를 띠면서 연예기획사가 얼마나 엉터리 경영을 해왔는지 드러났다. SM은 1999년 8월 유상 증자를 하면서 회삿돈 11억5천만원으로 증자 대금을 납입해 증명서를 교부받은 직후 돈을 다시 빼냈다. SM은 이 돈을 고스란히 주식에 투자해 수백억원대 시세 차익을 얻었다.
GM기획과 도레미미디어도 SM과 비슷한 수법으로 증자 과정에서 회삿돈을 횡령했다.



이수만·서세원 씨에 초점






검찰이 현재 심혈을 기울여 수사하고 있는 연예기획사는 단연 SM이다. 대주주 이수만씨(50)는 단순한 연예계 인사 수준을 뛰어넘는다. 정·관계 인사나 벤처업계 인물과도 친분이 깊다. SM은 2000년 김대중 정부가 발표한 일본 대중문화 개방 조처의 최대 수혜자였다. 2000년 8월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은 일본 방문 때 특별히 일본에서 활동 중인 SM 소속 여성 그룹 SES와 이수만씨·가수 김연자씨 등을 불러 격려했다.



SM 및 SM의 자회사인 판당고코리아(대표 이수만)는 2001년 5월 야후코리아와 제휴했고, 2000년 9월에는 MP3 플레이어 개발업체인 ‘디지탈웨이’와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그때마다 SM 주가가 뛰어올랐다.



이수만씨는 이런 성공에 힘입어 지난 4월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중국 경제지도자회의에 한국 문화계 대표로 초청받을 정도의 거물로 성장했다. 압구정동 SM 사무실은 서세원씨가 만든 영화 <긴급조치 19호>에서 친절하게 회사 위치까지, 그것도 여러 번 대사를 통해 소개될 정도로 초특급 대우를 받고 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 등 연예 관련 단체는 지난 7월26일 검찰에 낸 탄원서에서 ‘더 이상의 수사 확대는 연예계를 위축시킨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7월29일부터 서울 압구정동 SM 사무실 앞에서 연예계 비리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이수만씨의 조속한 귀국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의 눈과 귀도 연제협보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더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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