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원은 경영권 세습 비용?
  • 장영희 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2.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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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건희장학재단 발족…‘대물림’ 비판 여론 일시에 잠재워



삼성이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을 발족했다. 기금 적립 목표가 5천억원으로 ‘국내 최대’라는 수식이 붙고, 삼성의 다른 공익 재단과는 달리 ‘이건희’회장의 이름이 사용되었다. 삼성측은 이건희 회장이 오래 전부터 ‘창조적 소수’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역설해 왔고, 장학재단은 그 의지의 실현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장학재단을 만든 삼성의 의도가 이뿐일까. 재계는 오히려 이 건의 방점은 이회장이 아닌 이재용 상무보에게 찍혀 있다고 본다. 1998년 이후 삼성가(家)의 재산 변칙 세습 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삼성은 지난해 3월 이씨를 삼성전자 상무보로서 경영 일선에 진입시켰으나 경영권조차 대물림한다는 거센 비난에 휩싸였다. 당시 외부 여론을 탐지하는 일을 했던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들은 삼성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일시에 잠재울 ‘대형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건의를 수뇌부에 여러 차례 올렸다.


재계 관계자들은 여론을 환기할 대형 이벤트로서 장학재단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본다. 우선 삼성이 좋은 일을 한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벌써부터 ‘아름다운 일’이라는 호의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 돈을 받아 공부하게 될 한국의 인재들이 ‘친 삼성’경향을 띨 수밖에 없다는 점은 삼성이 얻게 될 부수 효과다.





재단에 이회장은 이름을 내걸었고 이상무보는 이사로 참여한다. 각각 8백억원과 7백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출연하고 얻어낸 대가다. 금융감독원의 지분 공시 자료로 추정해 보면, 이로 인해 두 사람이 보유하게 될 삼성전자 지분은 7월 말 기준으로 각각 0.16%, 0.14% 정도 떨어진다. 둘을 합친 0.3%는 이학수 본부장이 언급했듯이‘미미한 수준’이다. 재계 일각에서 의심하는 것처럼, 사실상 재단의 지배권을 가진 두 사람이 출연 주식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한다면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생색만 낸다는 비난을 불러들일 수 있다. 삼성측은 두 사람의 출연 주식을 팔아 장학금을 지급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재용, 내년 3월 등기 이사 될 듯


이보다 앞으로 시비의 소지가 있는 것은 내년도부터 5∼6년간 삼성 계열사들이 부담하게 될 출연금 3천5백억원이다. 현재까지 출연 여부나 금액을 이사회에서 논의한 계열사는 없는 상태다. 재계에서는 상장 회사일수록 이사회라는 형식은 갖추겠지만, 실질적으로는 구조조정본부가 할당액을 결정해 계열사에 지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장학재단 기금 총액의 70%에 해당하는 계열사 분담금 3천5백억원은 2001년도 14개 상장 계열사 배당금 총액의 58%에 달하는 규모다.


경영 수업 2년차인 이상무보는 그동안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25층의 경영기획팀 사무실로 출근하며 윤종용 부회장 등 최고경영자들로부터 물심양면의 지원과 배려를 받아왔다. 삼성 관계자들은 이상무보가 지난해와 올해 국내외 사업장을 돌아보며 착실히 경영 수업을 했다고 말한다. 그의 실체와 위상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2년 전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재계는 내년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 때 이상무보가 등기 이사로 선임되어 경영권에 더 가까이 갈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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