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치면 백인 친다”
  • 모스크바·정다원 통신원 (dwj@sisapress.com)
  • 승인 2002.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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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카에다, 발리 참사 일으킨 듯…미국의 이슬람 옥죄기에 경고



10월12일 토요일 저녁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낸 인도네시아 휴양지 발리 섬 폭발 테러는 지난해 9·11 테러 이후 최대 참사였다. 프랑스 유조선 폭파와 핀란드 상가 폭발 사고에 이어 일어난 이번 테러는 세계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누가 어떤 동기로 테러를 저질렀는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또한 테러 이후 어떤 단체도 이번 테러가 자기네 소행임을 밝히지 않았고, 인도네시아 정부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 다만 여러 정황을 종합해 고려할 때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와 연관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AP 통신은 미국 국무부의 발표를 인용해 인도네시아가 알 카에다 요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국제 테러주의자들의 은신처라고 보도했다. 테러가 일어나기 며칠 전 자카르타 주재 미국대사관도 인도네시아에 있는 미국 시민들에게 알 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를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알 카에다와의 연계성이 의심되는 단체 ‘제마 이슬라미야’가 1차로 테러 용의선에 올랐다. 하지만 이 단체 지도자 아부 바카르 바시르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기들이 이번 테러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강력한 폭탄을 사용한 점을 고려할 때 외국인의 소행이 분명하며, 인도네시아가 테러주의의 온상이라는 주장을 정당화하려고 미국이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역공한 것이다.



오사마 명령에 따른 피의 보복?



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테러가 알 카에다와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패해 파키스탄 국경 지역으로 쫓겨난 알 카에다는 와해되었다는 소문과 달리 오사마 빈 라덴을 중심으로 더욱 단단히 결속해 후속 테러를 꼼꼼히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테러 대상과 시기를 고르며 복수를 별러 왔다.



그간 알 카에다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 시점을 주시해온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의회는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공격을 전격 승인했고, 미군 정예부대는 이라크 주변에 전면 배치되었다. 또한 10월14일에는 미군 6백명이 필리핀 정부의 이슬람 반군 진압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필리핀에 증파되었다. 즉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명분을 내세워 이슬람권 옥죄기를 본격화하는 시점에 이번 테러가 행해진 것이다. 알 카에다는 이번 테러가 지구촌 전체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계산하면서 정교하게 작전을 세운 듯하다.



이렇듯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표면화하는 마당에 오사마 빈 라덴의 측근인 알 자와리가 ‘알 자지라’ 텔레비전에 출연해 미국에 대한 테러를 경고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 오사마 사망설이 대두하기도 했다. 테러 전문가들은 오사마 사망설이 후속 테러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발리 섬 유원지는 호주인을 비롯해 많은 유럽인이 몰려드는 곳이다. 호주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적극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영국과 함께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쌍수를 들어 지지하고 있다. 호주 국민도 이번 사건이 이라크 전쟁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듯하다. 테러 다음 날인 일요일에 시드니 중심지에서 시민 3만 명이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는 정부 노선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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