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한·화교에 본때 보였다
  • 남문희 기자 (bulgot@sisapress.com)
  • 승인 2002.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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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빈 연행해 독자 행동에 경고…특구 장관에 이탈리아 기업가 바에리 지명설



양빈 연행 사건 초기만 해도 북한측은 강경했다. 서방에 나가 있는 북측 외교관이 “(북한이) 양빈을 해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단언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10월5일 중국의 차관급 특사가 평양을 방문하고 나서 변하기 시작했다. 서방 소식통들은 중국측의 설득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두 가지 입장을 북한에 제시했다고 한다. 양빈 본인에 대한 형사 처벌뿐 아니라 중국 내 어우야 그룹의 기반도 붕괴시킬 것이며, 북한이 양빈을 포기하면 신의주 특구 개발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신의주 특구 건설을 양빈의 자금 동원력에 주로 의지했던 북측으로서는 중국이 양빈의 사업 기반까지 무너뜨리겠다고 나오자 양빈을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측은 양빈이 북측에 제시한 약속들을 지키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으름장까지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유럽 자본을 중심으로 50억 달러 정도의 자본을 신의주에 유치하겠다던 양빈의 계획이 실현되지 못하도록 이미 손을 써두었음을 중국측이 내비친 것이다. 서방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이처럼 강온 양면으로 북한을 압박해오자 북측도 타협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양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처음부터 강경했다. 중국은 양빈 사건을 북한뿐 아니라 화교 자본 등 국내 일부 세력에 대한 경고용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최근 북·러 정상회담 및 북·일 정상회담 등 중요한 외교 행사뿐 아니라 신의주 특구 개발 문제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통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강행해온 데 대해 경고한 것이다. 또한 일부 화교 자본에 대해서도 중국 당국의 뜻을 거스르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빈이 소유한 어우야 그룹의 계좌를 동결해 세금 납부까지 방해할 정도로 감정적으로 대응하던 중국 당국의 입장도 시간이 갈수록 누그러졌다. 나름으로 북한 입장을 배려했기 때문이다.



북한, 양빈에게 이권 사업 보장한 듯



양빈 스스로 이미 2천만 달러를 북에 지원했다고 밝혔듯이 자칫 잘못하면 북한과 양빈 간에 금전 수수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북으로서는 양빈을 달래가면서 그가 조용히 물러나도록 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미 북한 특사가 중국측의 배려로 양빈을 직접 면담해 해결책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 해법 가운데는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북측이 양빈에게 북한 내 이권 사업을 보장하는 방식도 들어 있다고 한다.



한편 북·중간 협의에 따라 양빈 사건이 머지 않아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후임 인사에 대한 궁금증도 더해 가고 있다. 국내 일부 언론이 박태준씨가 물망에 올랐다고 보도한 바 있으나 재계의 일부 소식통들은 유럽계 ‘제3의 인물’이 지명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현재 유력하게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카를로 바에리라는 이탈리아 기업인이다. 바에리는 과거 김일성 주석뿐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이지 않게 유럽 기업의 북한 진출을 도운 인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이 양빈 사건을 터뜨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유럽 세력의 신의주 진출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연 ‘바에리 카드’가 실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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