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발 시인은 미국의 과장”
  • 평양·남문희 기자 (bulgot@sisapress.com)
  • 승인 2002.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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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심 일꾼 2명’ 인터뷰/“제네바 합의 파기, 언급한 적 없다”



핵문제를 둘러싼 외부 세계와 평양의 시각 차는 이번 2차 북한 핵 위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10월 초 제임스 켈리 특사와 강석주 외무성 부상 간의 회담에서부터 불거진 핵 파문에 대해 평양의 해당 분야 ‘핵심 일꾼’들은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기자는 평양에 체류하는 동안 조국통일연구원 관계자 및 대남 담당으로 판단되는 부서의 핵심 관계자로부터 북한의 입장을 들었다. 그들과 대화한 내용을 소개한다.



대남 담당 부서 핵심 관계자(평양 체류 마지막 날 저녁에 모습을 나타낸 그는 자신을 해외동포원호위원회 참사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기자는 남쪽 사정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 등을 토대로 볼 때 그가 대남 부서에서 상당한 지위에 있는 인물이 아닌가 판단했다).


제임스 켈리와 강석주 부상 사이에 어떤 얘기가 오고 갔나?


켈리가 농축 우라늄 생산 계획을 얘기하라고 하길래, 당신들이 그것을 자꾸 얘기하는데 우리는 더한 것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발언은 거기까지다.


더 이상의 얘기가 없었다는 것인가?


그렇다.


미국측이 10월17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당시 강석주 부상이 핵개발 계획을 시인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것은 우리 얘기를 과장한 것이다.


제네바 회담 파기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도 한 적 없다.


<요미우리 신분> 보도에 따르면, 당시 강석주 부상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가 한 시간 만에 돌아와 시인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거짓말이다. 바로 그 자리 담화 석상에서 얘기했다.


당시 대화 분위기는 어땠나?
켈리 특사가 10월 초에 와서 잘못하고 갔다. 우리한테 일방적인 요구를 들이댔다. 북은 조건부적인 대화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할 테니 너는 이렇게 하라는 것은 자주권 침해이다.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받아 먹으라는 식이었다.


최근의 핵 위기에 대한 소감은?


우리 조국은 1945년 이후 긴장했다. 38선도 그렇고 6·25도 그렇고 아직까지 분계선이 가로놓여 있다. 우리는 1945년 이후 50년 동안 미국으로부터 핍박을 받고 지배돼 왔다. 우리 북조선의 역사는 그것에서 벗어나자는 역사이다. 따라서 핵문제로 인해 새롭게 긴장할 것도 없다. 늘상 그래왔기 때문이다.






조국통일연구원 관계자(일정 협의 당시 해외동포원호위원회 참사는 기자가 만날 인사가 부원장급이라고 분명히 얘기했으나 정작 당사자는 연구사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그 역시 남쪽 사정을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최근 핵문제에 대한 입장은?


우리는 조·미 관계를 풀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 식으로는 안한다. 모든 것을 손들고 발가벗고 나가서 항복은 안한다. 우리는 국제적으로 호혜 평등 호상성의 원칙으로 하자는 것이다.


미국이 핵문제를 제기한 배경에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나?


그동안 중요한 고비마다 미국이 막아왔다. 이번에 우리는 숙적이라는 일본과 관계를 풀려고 적극적으로 나왔다. 북남 사이에도 정세가 좋았다. 매번 이런 기회 때마다 미국이 막아왔다. 이번에도 뭔가 터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터졌다.


지금 미국은 북한이 제네바 회담을 위반했고 지난번 강석주 부상이 그것을 시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강부상 발언은 그런 뜻이 아니다. 우리보고 제네바 합의를 파기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당신들이 파기했다. 따라서 우리도 파기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즉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우리 말을 다 공개 안하고 말을 거두 절미해 우리가 마치 핵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한 것이다.


10월25일자 외교부 대변인 성명에는 핵무기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도 가지게 되어 있다고 했는데, 그보다 더한 것이 무엇인가?


글쎄다.


북측이 해법으로 제시한 불가침 조약은 기존 평화협정 체결 주장과 어떤 차이가 있나?


평화협정은 현재 조·미 관계가 정전 상태이므로 이것을 종전 상태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것은 장기적인 과제이다. 불가침 조약은 당면한 현실에 대한 것이다. 즉 미국이 우리를 핵 선제 공격 대상에 포함했다. 바로 이 부분에 대해서 서로 공격을 하지 말자는 게 불가침 조약이다. 제네바 협정은 합의문 수준이어서 구속력이 약하다. 따라서 서로 침략하지 않겠다는 것을 국가간 조약으로 국제 사회의 공인 아래 체결하자는 게 바로 불가침 조약 체결 주장의 핵심이다. 그렇게 할 경우 우리도 미국의 안보 우려 사항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제기한 핵·미사일·재래식 무기 군축 문제 중에서 특히 최근에 재래식 병력 감축 가능성에 대한 얘기들이 흘러나왔는데.


재래식 무기 군축에 대한 우리 입장은 이미 1970년대에 제기된 바 있다. 남북 군사력을 10만 수준으로 감축하자는 것이다. 그 방향에서 논의할 수 있다.


미국이 중유 공급을 중단할 경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그 이상의 것도 가상하고 있다. 현재의 미국 지배 집단에 대해 개인적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불편한 상태가 되어도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가겠다.


남쪽은 지금 대선 국면에 들어가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남쪽 정세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대선에서 누가 되는가는 내부 문제이다. 그러나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을 부정하는 세력이 집권하는 것은 반갑지 않다. 북남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또 시간을 놓치게 된다. 최근에 우리가 취한 조처들은 대외 관계나 대남 관계에서 확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남쪽에 보수 세력이 들어서면 미국과 밀착하게 될 것이다. 남쪽도 이제는 6·15 공동선언 정신 이상으로 가면 갔지 뒤돌아서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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