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통장도 털릴 수 있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3.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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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네틱 현금 카드, 위조·복제 식은 죽 먹기…스마트·생체 카드가 해결책


현금 카드 위조 사고가 발생한 뒤 금융기관을 찾는 사람들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1월24일 서울의 한 시중 은행 자동화기기 창구에서는 비밀 번호를 손으로 가리고 누르는 고객이 눈에 띄었다. 또 쓰레기통 안에는 늘 보아오던 멀쩡한 명세서 대신 갈가리 찢긴 명세서가 더 많았다.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1억6천만원을 털린 단위 농협 외에도 세 곳(우리·광주·부산 은행)에서 비슷한 사고가 더 있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19개 지점에서 1억8천4백16만원을 털렸고, 광주은행은 12월22일 이후 2천4백만원을 잃어버렸다. 부산은행도 위조된 현금 카드 8개로 인해 12월 말부터 4천6백만원을 도난당했다.


문제는 위조·복제 카드로 현금을 인출해도 특별히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농협이 뒤늦게 카드 1천1백만장을 새로운 카드로 전면 교체하겠다고 밝혔지만, 완전한 처방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현재 대다수 고객이 쓰는 마그네틱 카드가 근본적인 ‘결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어떤 마그네틱 카드도 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지금이라도 서울 용산전자상가나 청계천에 나가면 얼마든지 복제해 올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카드 위·변조를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금감원은 해결 방법으로 스마트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김중회 부원장보는 최근 복제가 불가능한 스마트 카드를 도입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스마트 카드 전문 회사 하이스마텍의 김경수 대표는 비자카드 예를 들며 “하루빨리 스마트 카드 사용자를 늘려야 한다”라고 말한다.


지문으로 돈 인출하는 시대 곧 열려


그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위·변조 카드로 인한 사기 금액이 연간 20억 달러나 된다. 비자카드는 이같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마그네틱 카드 1억5천5백만장을 스마트 카드로 바꾸는 작업에 돌입했다.
현재 한국에는 약 5백만장밖에 발급되지 않았지만, 스마트 카드는 별난 물건이 아니다. 카드 안에 손톱만한 반도체(IC칩)가 들어 있는 카드를 말한다. 이 반도체에는 마그네틱 카드에는 입력하지 못하는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 용량은 8KB로, 영문자 8천 자를 입력할 수 있는 정도. 김대표는 모든 자료가 암호로 되어 있어 복제와 위조가 불가능하다며 “은행 내부자조차 카드 안의 자료를 못 읽게 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스마트 카드보다 더 ‘진화’한 카드도 등장할 전망이다. 지문이나 홍채·정맥·손금 등을 이용해 사용자를 인식하는 ‘생체 인증 카드’가 그것이다. 우리은행은 이미 지문 인증 카드를 사용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작업에 들어갔다. 현금 카드 없이 지문으로 돈을 인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문 인증 자동화기기를 이용하고 싶은 고객은 창구에서 지문을 등록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지문 인증 카드나 스마트 카드를 일반인이 모두 사용하게 될 날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2004년 말쯤이면 80∼90%가 스마트 카드를 쓸 것이라고 내다본다. 남보다 더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용하고 있는 은행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일부 은행이 스마트 카드를 발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스마트 카드를 발급받지 못하면 비밀 번호를 꼭꼭 감추거나, 명세서를 잘게 찢어버리는 일을 당분간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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