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열린우리당 중앙위원 "경남 50% 석권한다"
  • 이숙이 기자 (sookyi@sisapress.com)
  • 승인 200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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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강금실 1월 말쯤 입당 예상”
‘경남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김혁규 경남도지사가 노무현 대통령과 한 배를 타겠다고 밝힌 뒤로 영남권이 또다시 출렁이고 있다. 숨은 조율자 노릇을 한 이강철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을 만나 영남권 총선 전망을 들었다. 노대통령이 ‘절반의 권력’이라고까지 말한 이위원은 대구·경북 지역의 영입 창구를 맡고 있으며, 오는 1월11일 당 의장 선거에도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인터뷰는 12월21일 오후 당사 4층에서 했다.

김혁규 지사가 입당하기로 한 후 영남 민심에 변화가 있는가?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김지사의 상징성이 워낙 커서 잠재력은 크다. 김지사의 고향이 합천인데, 행정구역은 경남이지만 생활권은 대구여서, PK뿐 아니라 TK 지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김지사의 처가도 경북이다.

함께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 실망스럽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비난이 워낙 거세 주춤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김지사가 잘 수습하고 있다. 어제(12월20일)도 김지사를 만났는데, 그 자리에 산청군의원 20여 명이 몰려와 지지를 표시했다. 무소속인 진해시장이 들어오기로 했고, 충무·통영 시장도 움직일 것 같다. 김지사가 시장·군수·군의원까지 만나고 있으니, 그가 입당할 때는 여러 사람이 함께 들어올 것이다.

김지사는 지역구에 출마하는가, 아니면 전국구를 받게 되는가?
경남 전역에 김지사 지지자가 많으니까 전국구를 받아 영남권 전체 선거를 진두 지휘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노무현 후보하고 다닐 때는 지지자 없이 다녔는데, 김지사는 인기 좋더라(웃음).

TK 지역에서는 상징적인 영입이 없는가?
새로운 인물이 참 없다. 웬만해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쓰기에 다 흠집이 있고. 그래서 윤덕홍 부총리나 이창동 장관 같은, 지역에서 인기 있는 분들을 모시려고 하는데, 윤부총리는 현재 50 대 50 정도이고, 이장관에게는 아직 정식으로 제의하지 못했다. 조만간 만나 설득할 작정이다. 이의근 경북도지사는 옮기지 않을 것 같고, 권기홍 장관도 노동부에 남을 것 같다.

1월11일 당 의장 선거에서 김혁규 지사를 밀겠다고 했는데, 여전히 유효한가?
김지사가 지금은 후유증을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아직 입당하지도 않은 사람이 당 대표 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좀 그렇고.

그렇다면 이위원은 출마할 생각인가?
김지사도 안 나가는 쪽으로 정리했고, 지역에서도 TK를 대표할 사람이 지도부에 진출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주변 사람들과 논의해 보고 결정할 생각이다(옆에 있던 한 참모는 이위원의 조직이 제일 탄탄하기 때문에 실수로 1등을 할지도 모른다고 농반 진반을 했다) .
영남권 일각에서는 영남 출신이 당 대표를 맡아야 총선에 유리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영남 대의원이 전체의 28%나 되기 때문에 극히 일부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모양인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당은 민주당·개혁당 등 다양한 세력이 모여 서로 겉돌고 있기 때문에 이번 경선을 통해 화학적 결합을 이루어내는 것이 1차 목표다. 영남 후보 단일화도 필요 없다는 얘기인가?
그런 표현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다 1인 2표제이기 때문에 단일화 논의가 쉽지 않다.

그래도 주자들이나 대의원 사이에 합종연횡이 이뤄질 텐데….
과거처럼 탄탄한 자기 조직이 있는 사람들끼리라면 또 모르겠으나, 우리당 사람들은 다 조직이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연대를 하면 손해볼 수가 있다. 최소 10명 정도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데, 2명이 연대하면 나머지 8명으로부터 욕을 먹지 않겠는가. 그나마 내가 가장 조직이 많다고 다들 도와달라고 하는데, 다 잘 아는 선후배들이어서 고민이다.

당 대표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무엇보다 당을 잘 꾸려 지지도를 높여야 한다. 총선은 대통령 지지, 당 지지, 후보 지지 순으로 영향력이 크고, 돈이나 조직은 이제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 정동영·김근태·이부영 의원들이 장단점이 있지만 다 잘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창당 과정에서 뭘 했는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 가장 경쟁력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노대통령이 이위원을 절반의 권력이라고 한 이유가 뭔가?
그냥 치켜세우느라고 한 얘기다. 노대통령은 자기 혼자 검은 차 타고 다닌다고 몹시 미안해 한다(웃음).

노대통령과 자주 만나나?
자주는 아니다. 주로 전화를 하고. 서로 흉금을 털어놓고 지낸다. 최소한 어느 장관이 남는지는 알아야 영입을 설득하러 다니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영남권 총선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경남은 무조건 50% 먹는다. 분위기가 좋다. 대구·경북은 현재 민심이 방황하고 있다. 과거의 권력을 되찾지 못한 데 대한 상실감이 여전하고, 한나라당의 ‘차떼기’ 등이 드러나면서 자존심도 무척 상한 상태다. 최근 한달 사이에 특히 한나라당에 실망하는 분위기가 강한데, 그렇다고 아직 대안을 찾은 것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지금은 무소속이라고나 할까. 우리당이 이 틈새를 파고들어가 대안 세력으로 자리 잡는 것이 핵심이다.

TK 민심을 공략할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좋은 인물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구·경북은 먹고 사는 문제, 경제 살리기가 최대 현안이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분권 3대 특별법이 추진되면 대구에만 3천억원이 내려간다. 과거와 달리 지방에 재량권을 다 주었기 때문에 이 돈으로 대구가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이런 내용을 잘 모르고 있는데, 앞으로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또 국내외 기업과 공기업 등을 유치하기 위해서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구·경북도 ‘현역 안 찍겠다’는 여론이 60~70%나 되기 때문에, 이런 노력들이 성과를 거두면 민심이 우리당 쪽으로 쏠릴 것이다. 27석 가운데 10석만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데, 문제는 대통령 지지도다. 대통령도 입 좀 다물고 경제 살리기에만 집중하면 좋겠다.

대통령에게 직접 말하면 되지 않나?
여러 번 얘기했지만 잘 안 듣는다. 물론 억울한 심정이 있을 것이다. 1억원이나 100억원이나 잘못은 같아도,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까. 하지만 성질 나더라도 대통령은 이야기 좀 줄이고 경제에 전념하는 것이 지지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도대체 당은 뭐하는 집단인지 모르겠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해야 대통령이 한 말씀 하려다가도 자제할 것 아닌가. ‘차떼기’ 같은 호재가 나와도 플래카드 하나 안 내건다. 대변인제로 바꾸어야 한다고 한달 전부터 얘기해도 묵묵부답이다. 11월11일 창당 이후 당이 한 게 하나도 없다.

측근 비리 특검이 총선에 복병이 되리라는 관측이 많다.
검찰이 하도 탈탈 털어서 더 나올 게 없을 것이다. 강금원씨만 해도 안 불면 세무사찰 한다며 다 불라고 족쳤다던데, 대통령 도운 사람도 검찰이 세무 사찰 한다고 다그치는 그런 세상이다. 청와대에 있는 한 측근(여택수 행정관말고 다른 사람이라고 했다)은 새벽 5시 반에 검찰이 데리러 와서 조사받고 왔다고 한다. 임의동행 형식이면 안 가도 되는데, 그 측근은 가 봤자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 따라 갔다는 것이다. 그 놈의 ‘물공장’(장수천) 때문에 사단이 났지, 다른 것은 문제될 것이 거의 없다. 물공장 때문에 노대통령도 있던 재산 다 까먹고 안희정이나 주변도 다 멍이 들었는데, 돈 좀 벌었다면 지금쯤 정권 넘어갔을 뻔했다. 검찰이 역편파일 정도로 뒤지고 있어서, 오히려 특검이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노대통령은 언제쯤 입당하는가?
1월11일 전당대회 때 아니면 1월 말쯤인데, 창당대회 이벤트와 겹치는 것보다는 1월 말 대통령 입당 이벤트를 따로 하는 게 낫다. 2월 넘어서면 너무 늦다. 그때 되면 강금실 장관도 들어오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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