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 임진출 정몽준 이재성 박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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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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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한을 품으면? 임진출 “한나라당 끝장 보겠다”

한나라당의 지역구 홍일점이었으나 이번 공천에서 탈락한 임진출 의원(경북 경주)은 자수성가형 정치인답게 만만치 않은 면모를 보이며 당을 한바탕 흔들어놓았다. 임의원은 공천자를 발표한 지난 2월18일 오후 한나라당 총재단 회의장에 들어가 “이 놈들 얼마나 돈을 먹었길래 하나 있는 여성 지역구 의원을 탈락시키느냐”라고 고함을 지르며 거세게 항의했다. 당직자들에게 회의장 밖으로 끌려 나온 임의원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즉석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후 신한국당에 입당한 임의원은 “어금니를 악물고 안 들어오겠다고 결심했지만 사정 사정해서 들어왔더니 이제 와서 내치느냐”라며 ‘의리 없는’ 한나라당을 강하게 성토했다. 임의원은 총재단 회의 후에 열린 당무회의에서도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이회창 총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뭐가 두려워 비공개로 하느냐. 언론인들 있는 데서 회의를 하자”라고 강하게 반발해 회의장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임의원은 “여성단체와 연대해 전국 여성 투어를 해서라도 한나라당이 무너질 때까지 싸우겠다”라고 결의를 다졌다.
난데없는 종로 출마설에 정몽준, 음모론 제기하며 발끈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서울 종로에 출마한다’는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당사자인 정의원이 발끈하고 나섰다. 정치권 어딘가에서 자기를 음해하는 세력이 퍼뜨린 유언비어를 일부 언론이 기정사실인 양 보도했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를 계기로 지역구 이전설이 파다하게 번지자 정의원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일부에서 아무 근거도 없이 지역구를 옮긴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울산 동구 주민을 무시하고 음해하려는 시도이다”라고 흥분했다. 나아가 그는 이전설에 아예 쐐기를 박기 위해 2월17일에는 울산 동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현대그룹의 대규모 공장이 들어선 울산 동구는 말 그대로 ‘현대 왕국’. 이런 지역 특수성을 무기로 정의원은 지난 13대 총선 이래 이곳에서 내리 3선을 기록했고, 이번에 4선 도전장을 내려던 참이었다. 월드컵 유치 외교 전선에서 뛰느라 국회에 자주 결석하는 바람에 총선시민연대의 낙천자 명단에 오른 정의원에게 이번 총선은 이래저래 구설수와의 싸움이 될 것 같다.
"실세인 줄 알았는데…" 이재정 공천 후보 줄줄이 '고배'

실세인 줄 알았는데…. 민주당의 공천 작업이 완료된 이후 당직자들 사이에는 이재정 정책위의장의 ‘무게’를 놓고 말들이 많다. 이의장은 지난해 10월 재야 영입 케이스로 입당한 이후 창당준비위원회 총무위원장과 공천 심사위원을 맡는 등 당내 개혁 세력의 대표로 활약해 왔다. 그는 공천 심사 과정에서도 나병식·나상기·장준영·최규엽·임삼진 씨 등 국민정치연구회 출신들의 공천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가 지원한 후보들은 모두 탈락했다. 40∼50대 운동권 출신들의 몰락이었다.

이에 대해 당내에서는 교수이자 성공회 신부 출신인 그가 현실 정치권의 힘겨루기에서 밀렸다는 설이 돌고 있다. 한편에서는 그가 김근태 지도위원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을 들어 김지도위원을 겨냥한 동교동계의 견제구에 막힌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박우섭, 괘씸죄에 걸렸나 의외 공천 탈락에 동정론

공천은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더니 민주당 박우섭씨가 그 대표적인 경우. 인천 남 갑에 공천을 신청한 박씨가 그동안 별로 거론되지 않던 유필우 전 인천부시장에게 밀린 것을 두고 민주당 주변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박씨는 15대 총선에서 천여 표 차이로 아깝게 떨어진 후 지난 4년 동안 국민회의 지구당위원장으로 있으면서 극성스럽게 지역 기반을 다져 이번에는 공천은 물론 당선 가능성도 높다고 예상되었던 인물. 재야 출신 40대로 개혁성과 참신성에서도 뒤질 것이 없다는 평을 받아 왔다. 민주당은 신진 인사인 유씨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하지만 설득력이 약한 편이다. 공천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한 인사는 박씨가 지난해 안양 보궐 선거 때, 당이 돈을 너무 많이 썼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 고위 당직자의 비위를 거슬렸는데, 이번 공천 과정에서 그 문제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당이 그런 이유로 탈락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공천 결과에 대해서는 승복할 수 없다며 재심의를 신청했다. 박씨는 “당의 승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굳이 당이 나를 몰아내면 방법이 없지 않느냐”라며 무소속 출마 의지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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