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4 · 13 격전지 판세 분석
  • 丁喜相 기자·박병출(자유기고가) ()
  • 승인 2000.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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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13 격전지 판세 점검 ② 영남권
2야 각축… 민주당 교두보 확보 ‘청신호’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을 축으로 하는 영남권 의석은 총 65석이다. 한나라당 공천 파동 전까지만 해도 난공불락의 한나라당 아성이었던 영남 지역은 민국당이 가세함으로써 영남 적자론을 둘러싸고 치열한 접전을 펼치게 되었다.

이번 총선에 뛰어드는 각 정당은 반 DJ 전선에 누가 더 적임자냐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지역구는 한나라당 후보와 민국당 후보 간의 치열한 2파전 구도로 흐르고 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영남 지방이라 해도 권역 별로는 판세와 지역 정서 면에서 조금씩 편차를 드러낸다.

먼저 부산·경남의 경우 민국당이 이번 총선에서 살아 남을 거점 지역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민국당 바람이 얼마나 일지가 관심거리다. 이를 위해 민국당은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들을 부산에 포진시켜 바람몰이의 진원지로 삼고 있다. 박찬종(중,동구) 전 의원, 김광일 전 청와대 비서실장(서구), 최광 전 복지부장관(사하 갑), 이기택 전 한나라당 고문(연제), 신상우 국회부의장(사상)이 그들이다. 정치 거물들을 중심으로 꾀하는 바람몰이를 경남은 물론 경부 철도를 축으로 한 경북 지역까지 확대한다는 것이 민국당의 전략.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연일 부산에 당력을 집중하며 ‘민국당을 지지할 경우 지난 대통령 선거의 재판이 된다’는 논리로 바람 차단에 부심하고 있다. 1997년 대선 때 부산·경남 지역의 4백30만 표 가운데 무려 29.5%가 이인제 후보에게 몰림으로써 이 지역 주민이 원치 않았던 최악의 결과(DJ 당선)를 빚지 않았느냐는 호소이다.

이에 맞서 민국당은 총선후 영남 지역 후보를 내세운 정권 탈환을 내걸며 이회창 체제의 한나라당 대신 민국당을 밀어 달라는 논리로 바람몰이를 시도한다. 특히 YS에 대한 PK 지역민들의 뿌리 깊은 애증 정서를 활용하는 전략까지 함께 쓰면 부산을 거점으로 영남 전체에서 20석 이상은 무난히 달성하리라고 계산하고 있다.

대구·경북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한나라당이 김윤환 부총재를 탈락시킨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현역을 재공천한 까닭에 이들이 지역에서 민국당 바람막이 역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한나라당의 중심 세력은 대구·경북이며, 자신들이 지역을 대표해 DJ 정권을 견제할 유일한 세력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민국당측은 김윤환 최고위원이 ‘영남 정권 창출론’을 내세운 데 이어 차기 대권주자감으로 거론되는 이수성 전 총리를 지역구(경북 칠곡)에 투입해 바람몰이에 전력하고 있다. 김최고위원은 충청도 출신인 이회창 중심 체제로는 한나라당이 영남을 대변할 수 없고 정통성도 없다며 노골적으로 영남 후보론을 펴고 있다. 결국 이번 선거 판세를 좌우할 최대 이슈가 지역주의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한나라당과 민국당이 TK 지역에서 펼치는 영남 주체 논쟁은 총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나라당도 민국당 바람을 의식해 영남 지역 65석 중 대부분을 석권하겠다던 당초 목표를 수정해 46석 정도가 현실적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이같은 영남 지역 선거판에서 단연 관심을 끄는 대목은 과연 지역주의 바람을 타고넘어 민주당 당선자가 얼마나 나올 것이냐 하는 점이다. 또 아직도 두터운 한나라당 지지 정서를 뒤엎고자 하는 민국당의 전략이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느냐 하는 점도 총선후 정국 구도와 관련해 빠뜨릴 수 없는 관전 포인트이다. <시사저널>은 이런 기준에 따라 영남 지역 65개 선거구 중 8개 선거구를 선별해 판세 흐름을 알아 보았다.
김중권 선두, 김광원 추격

집권 민주당이 내건 전국 정당화 구호를 과연 실현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끄는 지역구이다. 국민의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중권 후보가 ‘TK 지역 교두보 확보’라는 당의 특명을 받고 일찌감치 표밭갈이에 뛰어들었다. 15대 때 이 지역에서 당선된 현역 의원은 김광원 한나라당 후보. 그는 대구·경북에 널리 퍼진 반DJ 바람을 이용해 이번에도 김중권 후보를 물리치겠다는 기세이다.

그러나 선거전으로 다가갈수록 민주당 김중권 후보의 우세가 확연히 감지된다. 3월 중순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김광원 후보에 비해 김중권 후보가 많게는 15%에서 적게는 10% 정도 지지율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한나라당에서도 TK 지역 중 가장 위험한 곳으로 분류해 두고 있다. 김중권 후보는 현정부 실세론을 펴며 지역 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을 한껏 충족시키는 전략으로 나서고 있다. 여기에다 이번에 생환할 경우 명실상부한 여권내 차기 대권 주자감이라는 큰인물론을 부각하고 있다. ‘거제도에서는 김영삼, 하의도에서는 김대중, 울진 봉화에서는 김중권’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이 지역 주민들의 반 DJ 정서를 공략하고 있는 것.

이같은 분위기를 뒤집기 위해 부심하는 한나라당 김광원 후보는 DJ 정부의 실정과 지역 개발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한·일 어업협상으로 말미암아 피해를 본 곳은 울진 지역이라고 주장해 현정부 실세였던 김중권 후보를 괴롭힌다. 또 봉화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송원리 댐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을 앞세우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에 맞서 김중권 후보는 비판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그런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 역시 집권당 실세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두 후보의 접전에 또 다른 변화를 줄 후보가 가세했다. 봉화 출신인 아주대학교 박영무 교수가 민국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두 김 후보와 자민련 이학원 후보(14대 의원)가 모두 울진 출신이기 때문에 박후보가 출전한 것은 소지역주의와 맞물려 판세에 미묘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44세인 박후보는 봉화 소외론과 세대 교체를 내걸고 뛰어들었는데, 봉화 주민들로부터 꽤 호응을 얻고 있다. 박후보는 여권 실세의 동진 정책이 지역 선거 부패 등 무리수를 낳고 있다며 서울에서 시민단체 감시자가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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