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비밀 흘리기’ 대회 하나 실언 대열에 가세한 황원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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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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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을 수행했던 정부 고위 당직자들의 ‘실언’ 대열에 황원탁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까지 동참했다. 실향민 대상 강연회 도중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통령에게 남측 대학내 인공기 게양에 대한 사법 처리 방침에 항의하며 “돌아가 달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가 번복한 것.

고위 공직자들의 책임질 수 없는 말 흘리기가 잇따르자 민주당은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동교동계의 한 의원은 “통치권 누수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전면적인 인사 조처가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황수석에게 동정적인 일부 여론도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황수석의 실언은 다른 고위 공직자들의 자화자찬식 말 실수와는 계열이 다르다”라고 변호했다. 군인 출신으로 지나치게 순진한 황수석이 실향민들에게 정상회담의 의미를 감동적으로 설명하려다가 약간 ‘오버’했다는 해석이다. 황수석도 실언을 깨닫고는 하룻밤 사이에 3kg이나 몸무게가 빠졌다고 털어놓았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별다른 구설에 오르지 않은 황수석이 뒤늦게 신고식을 혹독하게 치른 셈이다.

JP의 일본 조문 방문은 DJP 공조 부활의 전주곡?

16대 총선에서 자민련이 참패한 이후 ‘골프 정치’로 정치권 외곽을 배회하던 JP가 ‘필드’ 안으로 서서히 발을 옮기고 있다.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다케시타 노보루 전 일본 총리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7월28일부터 3박4일간 일본을 방문한다. 이번 JP의 일본 방문은 예사롭지 않다. 사실 JP는 원래가 일본통인 데다 최근 한·일 의원연맹 한국측 회장으로 취임해 일본 방문 자체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JP가 DJ로부터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남북 정상회담 이후 일본의 대북 지원과 북·일 관계 개선에 관심을 기울여 온 DJ가 일왕 방한 등과 관련한 사전 정지 작업을 JP에게 부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JP가 돌아오는 8월 초에는 방일 결과를 고리로 총선 이후 처음으로 DJP 회동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밑에서만 논의되던 DJP 공조가 다시 가동될지 관심거리다. JP는 7월22일에는 교섭단체 구성 문제로 껄끄러웠던 이회창 총재와 오찬 회동을 가졌고, 비 때문에 취소된 골프 회동은 귀국 이후에 가지기로 했다. ‘정치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고 갈파한 JP가 고공 등거리 외교 끝에 어떤 선택을 할지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틀러’ 면모 발휘하려다 일만 꼬이고 만 최병렬

최병렬 한나라당 부총재가 오랜만에 ‘최틀러’다운 면모를 발휘했으나 이번에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최근 한나라당의 4·13부정선거특별대책위원장을 맡은 최부총재는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해 국정조사권 발동 등을 주장하며 강경 투쟁을 주도했다. 특히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는 김문수 의원 등과 함께 다른 당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부정 선거 사례를 따져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최틀러’의 강경 일변도가 이번에는 좀 과했던 모양. 정대철 민주당 의원의 이총재 비난 발언이 불거지면서 국회는 파행 사태를 맞았고, 한나라당은 국정조사권 요구를 철회했다.

결국 최부총재의 ‘결사 항전론’이 불신임당한 셈인데, 동료 의원들로부터는 유례가 없는 실명 거론으로 인심을 잃어 스타일을 구겼다. 게다가 편파 수사 의혹을 받은 서울지검 검사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까지 당한 처지여서 이래저래 일이 꼬이는 형국이다.

현장 방문 이어 ‘무파행’ 선언 대치 정국에서 빛난 과기통위

여야 대치가 반복되는 국회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만은 16대 들어 굴곡 없는 의정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과기정통위 소속 여야 의원 11명은 국회가 파행이던 지난 7월19일 벤처 기업이 모여 있는 테헤란밸리를 방문해 벤처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상임위 활동을 계속했다. 이는 현장과 상임위 활동을 연계하겠다는 이상희 위원장(사진)의 소신에 따른 것. 이위원장은 앞으로도 국회 밖에서 상임위 회의를 열지 못하게 되어 있는 국회법을 개정해 의정 활동이 현장과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위원장은 위원장 판공비를 공개하는 등 열린 상임위를 지향해 가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동참하듯 과기통위 위원 12명도 7월21일 ‘미래 지향의 무파행 상임위를 선언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앞으로 국회 파행과 관계없이 상임위를 계속 열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이 앞장선 이 날 선언에는 민주당 소속 위원 전원과 김영춘 의원 등 한나라당 위원 4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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