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마당]맹형규 송영길 우상호 강창희
  • ()
  • 승인 2000.06.1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6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난 5월30일 국회 의안과에는 16대 국회 제 1, 2, 3호 법안이 접수되었다. 제1, 2호 법안은 여야 초·재선 의원들이 공동으로 발의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이고 제3호 법안은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이 발의한 ‘문화재 보호법 개정안’이다. 맹의원은 앞의 1, 2호 법안에도 공동 발의자로 참여해 3개 법안 모두에 관여하는 ‘맹렬함’을 보였다.

맹의원이 개인 발의한 문화재보호법개정안은 얼마 전 문제가 된 풍납동 문화 유적 훼손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현행 문화재보호법을 현실성 있게 개정한 것이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제44조 4항은 건설 공사중 매장 문화재가 발견될 경우 그 발굴 비용을 사업 시행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 부담이 해당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어 문제가 되어 왔다.

문제가 된 풍납동 경당연립 재건축 조합의 경우 1년에 걸친 발굴 기간에 약 32억5천만원의 주민 손실액이 발생했을 정도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사업 시행자들은 문화재 발견 사실 자체를 숨기는 경우가 많아 문화재 발굴과 보존에 막대한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번에 맹의원이 발의한 개정 법률안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장 문화재를 발굴할 때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발굴 비용을 사업 시행자가 아닌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우상호 민주당 서대문 갑 지구당위원장은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허공을 쳐다보는 민주당 송영길 의원의 눈도 심하게 충혈되어 있었다. 5월30일 저녁 ‘한국의 미래 제3의 힘’ 비상총회에 참석한 두 젊은 정치인은 질타와 격려를 동시에 받으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오른쪽 사진).

5월17일 밤 ‘광주 술판’에 참석했던 두 사람은 제3의 힘 회원이기도 하다. 제3의 힘은 이정우·송영길·김영춘 등 386 세대 개혁 인사들이 모여 만든 정치 개혁 결사모임. 때문에 회원인 이 두 사람의 ‘탈선’은 제3의 힘으로서는 크나큰 충격이자 손실이기도 했다.

우상호 위원장은 “백배 사죄하며 다시 태어나겠다”라고 고개를 조아렸다. 송영길 의원은 “여러분의 애정 어린 비판과 질책이 앞으로 닥칠 수많은 유혹과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침이 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날 비상총회에서는 두 사람과 임수경씨의 게시판 글을 무단으로 삭제한 이정우 총무를 징계할 예정이었지만, 회원들은 이들에게 반성을 통해 거듭나라고 요구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러나 386 세대 정치 개혁의 요람이 될 듯이 보였던 제3의 힘은 당분간 공개적인 활동을 중지하기로 했다.

송영길 의원과 우상호 위원장을 비롯한 ‘광주 술판’ 참석자들은 한동안 386 세대 정치 세력화에 찬물을 끼얹어버렸다는 자책감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듯하다.
이한동 총리 지명에 반발해 사무총장 직을 내던진 자민련 강창희 의원이 10여일째 당 출입을 하지 않고 있다. DJP 공조가 기정 사실이 되어 가는 마당에 공조 반대를 목청껏 외쳐온 그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졌기 때문이다. 강의원은 현재 심경에 대해 “국민과 지역 유권자들이 바라는 대로 행한 내 소신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라고 밝혔다. 자꾸 말을 번복하는 정치인이 출세하는 풍토가 국민에게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기고 있어 자기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겠다는 것이다.

강의원은 자민련의 운명이 걸린 고비 때마다 저돌적 행동을 보인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3월에는 당론인 내각제 관철을 위해 힘을 쏟겠다며 과기부장관 직을 전격 사퇴했다. 이어서 7월 하순 DJP가 내각제를 유보하기로 전격 합의하자 이에 반발해 당시 맡고 있던 원내총무 직을 내놓았다. 16대 총선후 왜소해진 자민련호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첫마디로 선거 패인이 자민련 내부에 있다는 자성론을 들고 나왔다가 JP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DJP 공조 복원이 모색되는 시점에 그는 또 한번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

이같은 그의 행동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내 요직인 총무·총장까지 다 거쳤으니 총재에 관심이 있어 튀는 것 아니냐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스에게 맹종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잡은 정치 풍토에서 줄기차게 ‘소신 행동’을 거듭하는 그의 모습이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