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이회창 한광옥 김윤환 김진선
  • ()
  • 승인 1999.04.22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회창, 환희의 축배
국민회의, 눈물의 폭탄주


서상목 의원 파동으로 정치권이 요동 친 4월7일 저녁,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모처럼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서상목 의원과 소줏잔으로 건배했고, 오래간만에 마이크를 잡고 노래도 불렀다. 세풍에 시달리던 이총재로서는 서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이 앓던 이가 빠진 것마냥 시원했을 법하다.

다음날 낮, 국민회의 당사 근처의 한 중국 음식점에서는 전날 이총재의 흥겨운 주연(酒宴)과는 대조적인 맥 빠진 모임이 열렸다.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의 중국 방문에 동행하려던 기자단의 ‘해단식’이었다. 수행 의원에 포함되었던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은 ‘여기가 북경반점이려니 하고 마시자’면서 마오타이주로 만든 폭탄주를 돌렸다. 중국 방문이 유산되었다는 의미에서 ‘유산슬’을 주 메뉴로 선택했다. 김옥두·정동채 의원 등 나머지 중국 방문 수행 예정자들은 이번 행사가 중국 공산당과 국민회의 간의 약속이었던 만큼 머지 않아 새 대행의 방중 일정이 추진될 것이라며 기자들을 위로했다. 부정 선거 시비 휘말린 한광옥
“도대체 되는 일이 없네”


국민회의 김영배 총재권한대행 체제 등장을 지켜보는 한광옥 부총재의 심정이 착잡하다. 서울 구로 을 재선거에서 확실하게 승리한 뒤 내심 차기 당 대표까지 노려볼까 했으나, 부정 선거 시비에 휘말리는 바람에 옴쭉달싹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측근들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봐도 문제될 것 하나 없다’면서 애써 담담한 표정이지만, 김대중 대통령까지 나서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터라 한부총재의 속앓이는 깊어만 간다. 그의 시름을 보다 못한 한 고위 인사가 “문제가 된 특위 위원은 이강래 전 수석이 후보로 내정되었을 때 조직하기 시작한 것이다”라고 그를 두둔하지만, 그 사실이 한부총재에게 그다지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한부총재는 상임위 배정 과정에서도 시비에 휘말렸다. 그가 원하는 상임위는 환경 노동위. 그러나 국민회의 지도부는 그가 한나라당 이신행 전 의원이 속했던 법사위에 들어가 그동안 여소 야대였던 법사위를 여대 야소로 바꾸기를 바란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를 막기 위해 그가 ‘고발당한 사람’이라며 법사위 배정을 결사 반대한다. 여야 공방 틈새에서 그의 입지는 자꾸 위축되고 있다. 신당 창당이냐, 5공과 연대냐
6월이 오면 ‘빈 배’ 뜬다


김윤환 의원은 누가 뭐라 해도 대구·경북 지역의 맹주로 자처하는 정치인이다. 때문에 그는 날로 혼미해지는 정국의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그런 그가 요 몇달 새 ‘무서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기껏해야 최근 이한동 의원 등 당내 민정계 의원들과 서울 근교에서 골프 모임을 가지는 한가로운 모습만 언론에 들켰을 뿐이다.

김의원이 이처럼 납작 엎드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때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가 기다리는 것은 새로운 선거법과 권력 구조 변화. 당론과 달리 개인적으로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이같은 새로운 정치 지형이 결정되어야만 대구·경북 지역을 기반으로 한 신당 창당이나 5공 세력과의 연대 등 다양한 정치적 선택을 모색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치 개혁 일정을 감안하면 김의원이 정치 전면에 나설 시기는 6월 초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추구할 정치가 어떤 모습일지는 그 이전에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측근 박헌주씨가 5월 중에 ‘보좌관이 본 허주(김윤환)와 허주 정치’라는 주제로 <깊은 물에 큰 배가 뜬다>(가제)라는 책을 출판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강원도 보물’ 동강 지키려
대통령에 맞서는 김진선


김진선 강원지사는 뒷날 김대중 대통령의 레임 덕을 앞당긴 최초의 선출직 공무원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장관이 지난해 말 빅딜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가 허망하게 물러난 이후, 비록 선출직이기는 하지만 김지사가 처음으로 김대통령에게 대놓고 맞섰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이정무 건설교통부장관에게 강원도 영월 동강댐 건설을 밀어붙이라고 지시하자, 김지사는 그 다음날인 4월8일 김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김지사는 강릉시장을 거쳐 최각규 전 강원도지사 밑에서 부지사를 지낸 전형적인 내무 관료 출신이다. 김지사의 과감한 행동을 둘러싸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83년 영월군수를 지낸 그는 동강의 수려한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을 매우 강하게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잘했다는 도내 여론에 고무된 그가 환경단체들과 함께 동강댐 건설을 강행하려는 건설교통부에 어떻게 맞설지 주목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