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특명 “북부 벨트를 공략하라”
  • 정희상 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0.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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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권·권정달·조은희 3두 마차 ‘출진’… 유교 문화권 집중 개발 등 물량 공세
대구·경북 지역에서 최소한 2∼3명의 후보는 생환시키겠다는 여권의 특급 작전이 윤곽을 드러냈다. 이른바 ‘북부 벨트’ 사수 전략. 난공 불락 TK 정서에 둘러싸인 대구·경북에서 약한 고리를 치고 들어가겠다는 이 전략은, 경북 북부 7개 시·군이 상대적으로 경북 내에서도 낙후했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곳에 물적·인적으로 총공세 작전을 펼쳐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권정달(안동) 김중권(영양·봉화·울진) 조은희(청송·영덕) 등 세 사람이 북부 벨트를 공략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북부 벨트 사수 출정식은 1월13일 안동에서 열렸다. 민주당 경북도지부장인 권정달 의원(안동갑)이 TK 지역에서 처음으로 창당대회를 가진 이 날은 북부 벨트 출마 후보들과 중앙당 중진 인사들이 총출동해 비장한 결의를 다진 날이었다. 연단에 선 김중권 민주당 부위원장은 “오늘부터 북부 벨트에 총력 경주해 권정달 위원장과 조은희씨, 나 세 사람은 반드시 승리하도록 상호 협력 관계를 이루고, 여세를 영주·의성·문경·예천에까지 확장해 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세 사람은 연단에 나란히 서서 손을 잡고 비장한 출정 의식을 치렀다.

3천여 안동 시민이 참석해 성황을 이룬 행사가 끝난 후 기자와 만난 권정달 의원은 “우리는 ‘지역 감정이냐 지역 발전이냐’라는 모토로 경북 북부 지역의 발전 청사진을 제시하고 역사적 심판을 받는 스타트를 오늘 끊었다. 아직까지 반DJ정서가 팽배한 북부 지역의 분위기는 이제 차츰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가시지는 않았다. 6·4 지방 선거 때 경북 북부 지역까지 휩쓴 야당 바람이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음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1월13일 출정식으로 바람몰이 시작

여권은 경북 북부 벨트를 사수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상당한 공을 들여 왔다. 이른바 ‘유교 문화권 개발’로 집약되는 지역 개발 사업에 중앙 정부가 앞으로 10년 동안 2조5천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10일에는 김대통령이 직접 안동을 순방해 개발 청사진을 제시하고, 즉석에서 올해 사업 추진 예산 3백88억여 원을 배정한다고 밝혔다. 안동과 영주 등 북부 내륙을 중심으로 동해안에 이르기까지 흩어져 있는 각종 유교 문화 사적지를 벨트로 묶고, 여기에 첩첩 산악의 수려한 자연 경관과 댐들을 묶어 관광 상품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경북 북부 발전 전략을 마련하는 데는 물론 현정부 들어 당과 청와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이 지역 출마 예정자 3명이 깊숙하게 간여했다. 이들은 바로 이 점을 부각하면서 유교 문화권 개발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기자가 둘러본 북부 7개 시·군의 바닥 정서는 아직까지 꿈틀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갑·을 지역 선거구가 합쳐지는 안동의 경우 권정달 의원과 권오을 의원(한나라당)이 팽팽한 지지도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경북 전체에서 맹위를 떨치는 야당 바람은 권정달 의원을 위협하고 있다. 안동 내에서는 ‘지역 발전을 위해 여당 후보를 밀어주자’는 여론과 ‘떡(개발)은 먹고 표는 참신한 인물에게 던지자’는 바닥 민심이 혼재해 있다.

울진·영양·봉화에 나선 김중권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북부 지역 개발에 ‘실세 역할론’을 내세우는 데서 더 나아가 당선될 경우 여권에서 차기 대권을 노릴 TK 인사가 사실상 자기밖에 없지 않느냐는 논리로 바닥 훑기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고향인 울진에서는 원전 건설과 한·일 어업협정 문제로 현정부에 등 돌린 민심을 달래야 하고, 영양·봉화 지역에서는 첩첩 산중에 갇히다시피 한 맹목적인 야당 바람을 잠재워야 하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청송·영덕에 출사표를 던진 조은희 전 청와대 문화관광비서관은 유교 문화권 개발 사업 계획을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웠다는 점을 무기로 삼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지역 특유의 유교 문화 정서가 걸림돌이다. 젊은 여성이 후보로 나온 데 대해 지역의 보수적인 정서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실정 때문에 4월 총선에서 경북 북부 벨트 공략 작전을 성공시키는 후보가 나오면, 그는 자연스럽게 전국적으로 주목되는 정치인으로 떠오를 것이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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