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마당]김상현 김성곤 보궐선거
  • ()
  • 승인 1997.01.3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수선한 정국에 웬 신선 놀음‘후농배 바둑대회’ 여는 김상현

DJ와 정면 대결을 선언해 놓고 있는 후농(김상현 의원의 아호)이 최근 천군만마를 얻었다. 당대 명연설가로 꼽히는 김동길 전 의원을 후원회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4·11 총선에서 자민련 선대위 의장을 지낸 후 탈당한 김씨는 대표적인 3김 낚시론자. ‘3김은 일선에서 물러나 낚시나 하라’는 3김 낚시론은 후농의 제3 후보론과 딱 맞아떨어진다. 후농측은 인지도 높고 입담 좋은 새 후원회장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아프리카를 방문한 김씨가 귀국하는 대로 취임식을 가질 계획이다.

한편, 후농은 오는 26일 국회에서 대규모 바둑대회를 연다. 이름하여 제1회 후농 김상현배 바둑대회. 박정훈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이 대회에는 국회의원은 물론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다. 후농측은 조훈현·장수영 등 프로 기사도 초청해 이 대회에 세간의 관심을 최대한 모은다는 전략이다. 어수선한 정국에 바둑이 웬말이냐며 주위 눈총이 따갑지만 후농 진영은 모범 답안을 준비해 놓고 있다. 일찌감치 초청장을 보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욕은 좀 먹더라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이름 알리는 일이 더 실속 있다는 것이 후농측 셈법인 듯하다.
정치 환멸 느껴 삭발한 김성곤 의혹 눈초리 받고 “앗 뜨거라”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현실 정치에 회의를 느껴’지난 17일 삭발한 김성곤 의원(국민회의·전남 여천)은 머리를 깎자마자 현실 정치에 휘말렸다. 일부 언론이 그의 삭발에 당의 노선을 비난하는 뜻도 담겨 있다고 보도해 당내에서 곤란한 지경에 빠진 것이다. 그는 개인의 소신마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데 깜짝 놀라 써놓았던‘삭발의 변’ 배포를 중지했으며, 언론사들의 인터뷰 요청도 모두 거절했다.

그의 삭발에 이런 정치적 해석이 붙는 까닭은, 그가 김대중 총재에게 반기를 든 김상현 의원의 추천을 받아 정계에 입문했기 때문이다. 그는 독실한 원불교 신자로 ‘한국 종교인 평화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가 김의원의 추천으로 정가에 발을 들여놓았다. 김상현 의원이 DJ가 파업 사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붓고 다니는 까닭에 김성곤 의원의 삭발도 유사한 행동으로 비친 것이다.

김의원의 비서진은 삭발에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의 삭발에는 지역구인 여천공단 노동자들에게 속죄하는 마음도 담겨 있다고 말한다. 사실이라면 정치에 대한 그의 환멸은 정말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날치기 여당 의원 비서진 여기저기서 애꿎은 수난

요즘 국회에서 여당 의원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날치기 통과에 대한 비난 여론이 날로 높아지고 있어 사람 만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 참에 지역구에 내려가서 푹 쉬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통일연구모임 소속 의원들은 부부 동반 외유에 나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기도 했다.

금배지들이야 제 몸 하나 숨기면 그만이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마다 국회로 출근해야 하는 비서들은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여비서들의 수난은 의원회관에서도 단연 화제다.

한 민주계 중진 의원 여비서는 파업이 확산되던 1월 초 시내에서 가까스로 택시를 잡았다. 그런데 국회로 가자고 주문했더니 운전 기사가 ‘날치기 국회에 가려면 버스 타고 가라’며 승차를 거부하는 바람에 눈물을 쏙 뺐다. 겨우 택시를 잡아 타도 수모를 겪기는 마찬가지이다. 여당의 또 다른 한 비서관은, 기사로부터‘젊은 나이에 뭐 배울 게 있다고 그런 데서 일하느냐’는 따끔한 충고를 차에서 내릴 때까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고 한다.


“보궐선거 압승하면 어쩌나” 국민회의·자민련 행복한 고민

노동법 다음은 보궐선거 정국이다. 야권은 이참에 DJP 공조의 틀을 단단히 다지겠다는 분위기다. 일단 양쪽이 후보를 나눠 낼 수 있어 후보 단일화 고민은 덜었다. 인천 서구는 국민회의만, 수원 장안구는 자민련만 후보를 낸다는 전략이다.

박태준 전 포철회장의 사위인 고승덕 변호사 영입이 불투명해진 인천 서구에는 다크호스가 나타났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변호사 개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송영길씨(34)가 그 주인공. 송씨를 추천한 이해찬 의원은, 송씨가 인천 운수노련에서 오래 활동해 택시기사들은 모두 송씨 편이라고 치켜세웠다. 한때 인천시지부장을 맡고 있는 박상규 부총재가 출마하는 것과 DJ가 전국구를 승계하는 것이 검토되기도 했지만, 전략상 철회했다.

수원 장안구는 자민련 이태섭 부총재의 출마가 유력하다. ‘수서 사건’에 연루된 전력이 흠이지만, 이 지역 팔탄초등학교를 나온 연고와, 과기처장관을 역임한 3선 의원 출신이라는 화려한 경력이 힘이 되고 있다.

DJP는 보선 승리를 낙관하고 있다. 압승하면 국민의 견제 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으므로 아슬아슬하게 이겨야 한다는 행복한 고민까지 한다. 그러나 떡 줄 사람 생각이 어떨지는 모를 일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