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마당]권노갑·고명승·이석현·임사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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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7.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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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충성은 영원한 충성”권노갑, 옥중에서도 DJ 보필

“역시 DJ 분신답다.” 국민회의 권노갑 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보 사건에 연루되어 수감 중인 권의원은 요즘 당뇨와 합병증으로 심신이 급격하게 쇠약해진 상태다. 게다가 최근 항소심에서도 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권의원은 그런 악조건을 무릅쓰고 감옥에서조차 DJ에 충성을 다하고 있다. 요즘 그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대목은 외부 인사 영입. 그는 위로하러 구치소를 찾아온 동료들에게 ‘영입 작전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은 누구 누구를 통하면 쉽게 연락이 된다랄지, 아무개는 이러저러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 등을 귀띔하며 코치하고 있다.

권의원의 한 측근은 권의원이 구치소 수감자들과 교도관들까지 모두 DJ를 지지하도록 설득하고 있다며, 정작 본인의 불행은 뒷전이라고 말했다. ‘한번 가신은 영원한 가신’이라는 말이 DJ와 권의원의 관계처럼 잘 맞는 경우도 드물 것 같다.
예비역 장성 영입 전쟁 속‘유탄’ 맞은 고명승

노병은 죽지 않는다. 죽기는커녕 더욱 빛을 보고 있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영입 경쟁을 벌이면서 예비역 장성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는 것을 두고 나온 얘기다. 그 와중에 파편을 맞은 사람도 있다. 5공 때 보안사령관을 지낸 고명승씨. 현재 신한국당 전북 부안 지구당위원장인 그는 최근 난데없이 국민회의 영입 대상에 올랐다. 당사자인 고씨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었고, 국민회의도 호남 출신에 현재 여당 위원장인 그를 빼내올 만한 명분도 실리도 없다면서 영입설을 부인했다. 결국 고명승 영입설은 한바탕 촌극으로 끝났지만 그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구설에 오른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신한국당 경선 때 박찬종 고문은 이회창 대표의 불공정 경선 사례를 폭로할 증인을 확보했다고 주장한 적이 있는데, 그때 증인으로 오르내린 사람이 고위원장이었다. 어쨌든 대선을 앞두고 노병들의 주가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석현, 명함 파동 상처 씻고‘국감 스타’답게 국감장 복귀

조용한 산사에 머무르던 이석현 의원이 여의도로 돌아왔다.‘명함 파동’으로 상처받은 그가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계룡산 근처 대성암을 찾은 것은 지난 9월4일. 주로 고시생이 많이 찾는 이 암자에서 이의원은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한 달 가까이 머물렀다. 그는 다행히도 주위 사람들이 그를 몰라본 덕분에 명상과 독서로 모처럼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그가 산사에서 내려온 것은 1일부터 시작되는 행정위 국정 감사 때문.‘마음이 다 다스려진 건 아니지만, 국회의원의 가장 큰 의무인 국정 감사까지 외면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 이의원의 말이다. 성실한 국감 준비로 정평이 난 그는‘국감 베스트 의원’중 한 사람으로 꼽히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의원의 맹활약을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언론과 정치권이 퍼부은 매카시즘적인 공격에 너무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는 물론 자신이 공인으로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점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러나 오로지 공산권 현지 주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괄호 안에 남조선이라고 적어 넣은 선의를 색깔 문제로 몰아붙인 것은 그야말로 분단 시대의 과민 반응이라는 것이다. 다 못 푼 마음 탓인가. 그는 국감이 끝나는 대로 계룡산을 다시 찾을 생각이다.
경선 불복 ‘원조’ 임사빈이인제 공격에 꿩 잡는 매?

이인제 후보의 출마 선언과 함께 요즘 갑자기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인물이 있다. 임사빈 전 의원이다. 그는 95년 신한국당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때 이인제 후보에게 패한 뒤 경선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다시 고배를 마셔 정치권에서는 거의 잊힌 인물이다.

2년 전 임씨가 경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당을 뛰쳐나갔을 때 이인제 후보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격렬히 비난한 바 있다. 그 때문에 신한국당은 이후보 본인이 경선에 불복해 탈당하자 단박 이후보를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사람’이라고 몰아붙였다.

이와 함께 정치권에서는 이회창 대표측이 임씨의 입을 빌려 이후보를 궁지에 몰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지방 선거 때 이후보가 김영삼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막대한 선거 자금을 쓰고 무자격 대의원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그로 하여금 제기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 한편에서는 국민회의가 임씨를 영입해 그가 가진 ‘이인제 파일’을 활용하려 한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하지만 임씨 본인은 “지금은 건강 회복에 힘쓰고 있을 뿐 특정 후보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이 전혀 없다”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 4월 위수술을 받은 뒤 현재 집에서 요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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