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 정당과 이색 후보들의 ‘마이너 열전’
  • 차형석 기자 (papapipi@sisapress.com)
  • 승인 2004.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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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소 정당과 이색 후보들/파격적 공약·독특한 선거운동으로 눈길
오는 4월15일, 투표장에 들어서는 유권자는 당황하게 생겼다.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가 30.5cm에 달하기 때문이다. 투표용지가 이렇게 길어진 까닭은 15개 정당이 17대 총선에 참가하기 때문이다. 지난 16대 선거 때 8개 정당이 참가한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이번 선거에는 1인 2표제가 도입되어, 군소 정당들이 정당 지지율 3%를 노리고 너도나도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 숫자는 녹색사민당이 28명으로 군소 정당 가운데 가장 많다. 그 다음으로 기독당(9명), 민주국민당(7명), 사회당(6명), 공화당(5명) 국민통합21(3명), 노년권익보호당(2명) 순이다. 가자 희망 2080과 구국총연합은 후보자를 각각 1명씩 낸 단기필마 정당이다. 민주국민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등록하지 않았다. 무소속 출마자는 총 2백24명에 이른다.

가자 희망 2080은 이름 때문에 가장 혜택을 많이 본 정당이다. 소속 국회의원이 없는 정당은 가나다 순으로 비례 대표를 받기 때문에 이 당이 6번을 얻었다. 노동선 변호사(46) 등 6명이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다.

구국총연합은 명승희씨(64)가 비례대표 1번으로 나선다. 명씨는 지난 대선 때 무속인 심진송씨가 해(日)와 달(月)을 성씨로 갖는 여성이 대통령에 오른다고 예언해 화제가 되었던 후보다. 신이 택했다지만 유권자가 그를 국회의원으로 택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노년권익보호당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60~70대 폄하 발언’으로 반사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서울 강남 갑에 출마한 서상록 후보(66)가 지역을 누비고 있다.

한국기독당은 기독교인들의 표를 의식해 지역구(9명)보다 비례후보(14번)를 더 많이 냈다. 전 환경부장관 황산성 후보(59)가 비례대표 1번이다. 통일교인들이 주축이 된 천주평화통일가정당(가정당)은 이번 선거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창당 때부터 2006년에 있을 지자체 선거에 참가할 계획이었다”라고 말했다.

전화 안 받거나 결번인 정당도 있어

지난 16대 선거에 46명을 내보냈던 사회당은 후보를 6명 내보낸다. 후보 평균 연령이 29세로 가장 젊다. 사회당은 후보 등록을 하면서부터 이벤트를 연출했다. 비례대표 1번 박진희 후보(31)는 동전과 잔돈으로 기탁금 1천5백만원을 냈다. 농협 직원까지 동원되어 돈을 셌는데, 2시간 넘게 걸렸다.

이들 군소 정당은 기존 정당에서는 볼 수 없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대선 후보로 출마했던 허경영 총재(56)가 비례대표 1번으로 나선 민주공화당은 ‘국회의원 출마 자격 고시제도 실시’ ‘사회 지도층 3천명 부패 책임으로 강제 퇴출’ ‘공적자금으로 카드빚 50% 탕감’ ‘중3 때 국가에서 평생 전공 강제 결정’ 등 10대 공약을 내걸었다. 진보 정당인 사회당은 징병제 대신 모병제를 공약으로 삼았다. 동성간 결혼 허용, 대학 평준화 공약도 눈에 띈다.

무소속으로는 서울 서초 을에 도전장을 낸 장세동 후보(67)가 눈에 뛴다. 장세동 후보의 선거운동 방식은 독특하다. 그의 선거운동 컨셉트는 애국심. 후보 뒤를 선거운동원이 ‘태극기 휘날리며’ 따른다. 선거 로고송으로 군가 <진짜 사나이>를 개사해 사용한다.

3월29일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정당은 모두 25개. 국민복지당 국민행동 국태민안호국당 대한통일당 복지민주통일당 새로운신당 한국녹색당은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참여연대 가입 교수 전원 해직, 민주노총 불법화, 노사정위 해산, 김대중도서관 철거 및 박정희·전두환 기념관 건립’ 등 ‘색깔 있는’ 공약을 내걸었던 애국번영당도 출마자를 1명도 내지 않았다. 불출마에 대한 이들 정당의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선관위에 등록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으나 몇몇 정당의 대표 전화는 결번이거나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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