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대선자금 다시 캐는 검찰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4.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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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우 변호사 추가 기소…‘대선자금 옥인동 유입’ 밝혀낼지 주목
17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다시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처리가 주목된다. 검찰은 4월19일 이씨 측근인 서정우 변호사를 추가 기소했다. 서씨가 2002년 5~8월에 삼성으로부터 받은 채권 50억원을 현금과 수표 38억2천9백만원으로 바꾸어 자택 지하 창고에 보관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서씨에 대한 추가 기소는 ‘유용설’과 관련해 눈길을 끈다. 검찰 기소 내용대로라면 알려진 것과 달리 그가 기업들로부터 받은 자금 가운데 일부를 당에 주지 않고 다른 곳으로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씨의 최측근으로서 법률특보를 지낸 그의 신분상 이런 시나리오는 곧바로 ‘옥인동 관련설’로 연결될 수 있다.

실제로 이씨의 한 최측근 인사는 검찰이 이씨를 불구속 기소하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검찰은 서변호사가 일부 자금을 당에 전달하지 않고 옥인동으로 빼돌렸다고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서변호사는 모금한 자금을 전액 당에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이재현 전 당 재정국장도 서변호사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진술했는데, 검찰이 증거도 없이 밀어붙이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이회창씨 변호를 맡고 있는 정인봉 변호사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정리되는 마당인데 대선 당시 경쟁자였던 사람에 대한 고려가 있지 않겠느냐. 형사적인 측면에서 보아도 이씨가 불법 대선자금을 모으는 데 관련됐다는 물증이 없다. 검찰이 이씨를 기소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치면 당하겠다는 것이 옥인동 입장”

검찰은 이미 삼성 채권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2003년 1월 서변호사를 통해 이씨에게 3억원이 유입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서씨는 3억원이 자기 개인 돈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3월8일 안대희 중수부장도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3억원의 용처는 범죄 혐의와 무관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3억원의 출처가 서변호사의 개인 돈이 아니라 추가 기소한 38억 2천9백만원의 일부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검찰이 2월 말 ‘옥인동 실무자’ 여러 명에게 소환을 통보했던 것도 주목된다. 이씨의 운전기사와 수행비서 등이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 있는 수표를 사용한 흔적을 검찰이 포착했기 때문이다. 당시 옥인동 실무자들은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았고, 검찰 또한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후 적극적으로 조사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정인봉 변호사는 “대표실·직능위원회 등 대선 자금을 사용한 여러 곳 가운데 하나로 후보실에 돈이 갔는지 몰라도 이를 수사한다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온당치 못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씨 최측근 인사인 유승민 한나라당 비례대표 당선자는 “검찰이 3억원의 출처와 관련해 이씨를 불구속 기소할 수도 있겠지만 재판 과정에서 뒤집힐 것이다”라며 자신을 보였다. 그는 “이씨에 대한 처리 문제는 청와대 결재 사항이라고 본다. 치면 당하겠다는 옥인동 입장은 애초와 달라진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씨 처리 문제는 당 밖으로 빼돌려진 대선자금의 존재 여부와 그 사용처를 검찰이 밝혀낼 수 있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서변호사에 대한 추가 기소는 이런 측면에서 검찰이 이씨를 적극 처리하겠다는 일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씨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검찰이 다시 한번 독립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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