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살리기’ 팬클럽이 뭉쳤다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4.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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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의원 팬클럽, 전국 모임 열고 새출발 다짐
2000년 총선은 노사모를 탄생시켰다. 당시 지역 감정의 벽을 깨겠다며 민주당 간판으로 부산에 출마했던 노무현 후보가 결국 낙선하자 그를 아끼던 지지자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팬클럽을 결성했다. 이들 노사모의 열광적인 지지는 훗날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주요 동력이 되었다.

이와 유사한 움직임이 17대 총선 이후에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양대 팬클럽인 ‘추사모’와 ‘추다르크’는 지난 5월1일 서울에서 전국 모임을 갖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추다르크 운영자 김성산씨는 “우리는 길게 보고 가겠다. 추의원이 더 큰 정치인이 되어 돌아올 수 있도록, 당장의 실패에 낙담하지 않고 발판을 쌓겠다”라고 선언했다.

이 날 모임에 참석한 회원 10여 명은 일단 추의원이 전략적으로 참패했음을 인정했다. 지지자 오프라인 모임에 처음 나왔다는 이 아무개씨(웹 프로그래머·서울 신림동)는 1997년 DJ가 대선에서 패했을 때보다 더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 사회가 추의원의 가치를 재발견할 날이 조만간 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 아무개씨(주부·서울 상계동)는 대북·외교 문제와 관련해 그만한 철학과 식견을 갖춘 정치인은 흔치 않다며, 유권자들이 추의원을 정치 무대에서 일시 퇴장시켰을 뿐 영원히 추방한 것은 아니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리서치랩이 유권자 천 명을 상대로 ‘이번 총선 낙선자 중 아쉬운 인물’을 조사한 결과 추의원이 김홍신 후보(26.9%)와 더불어 높은 지목률(26.3%)로 2위에 오른 사실 또한 이들을 고무했다.

이들은 추의원의 진로를 놓고도 한바탕 격론을 벌였다. 최근 팬클럽 내부에서는 오는 6월5일 재·보선에 추의원을 출마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때마침 당 일각에서도 추의원의 전남도지사 또는 제주도지사 출마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추의원의 한 측근은, 그럴 가능성을 일축했다. 6·5 출마설은 당사자의 뜻과 전혀 무관하게 주변에서 만들어낸 얘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지지자들 또한 이 날 모임에서 ‘추의원의 그릇을 지사 직에 가둬놓을 수는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했다.

노대통령과 추의원은 당내에서는 비주류였지만 대중적 지지를 기반 삼아 성장한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단 실리는 잃었으되 명분을 얻는 데 성공했던 4년 전 노대통령과 달리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추의원이 지지자들의 헌신에 힘입어 재기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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