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마당]이건개 ·임채정·김용채 ·신상우
  • 편집국 ()
  • 승인 1996.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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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주던’ 과거의 이건개 고통 받는 사람 돕기 나서
 
‘고통 주던 사람’이 고통 받는 사람 돕기에 발벗고 나섰다. 이건개. 부친이 고 박정희 대통령의 군 선배였던 인연으로 71년 겨우 서른 살에 서울시경국장이라는 권력의 핵에 올랐고, 92년 대선 때에는 서울지검 검사장으로 야당 의원들을 줄줄이 잡아넣어 야당 탄압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했던 이씨는 고통 주던 사람이었다. 그런 이씨가 급전 직하한 것은 YS 정권 들어 슬롯 머신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되면서부터. 그러나 이씨는 15대 국회에 자민련 전국구 3번으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이의원은 국회에 들어가자마자 고통 받는 사람을 돕는 방안부터 찾았다. 그래서 나온 첫 작품이 7월18일 국회 국빈식당에서 창립총회를 가진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협력제도 연구 모임’이다. 모임의 대표를 맡은 이의원은, 정치적으로 억울하게 고통을 받거나 잘못된 수사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구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의원은 과거에 이름만 들어도 거부감을 갖던 DJ에 대해 지금은 매우 우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시대 상황은 똑같은 사람을 이렇듯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켜 놓는다.

 

‘물과 기름’ 임채정·김용채 야권 공조 속 어느새 동지

국민회의 임채정 의원(서울 노원 을)과 자민련 김용채 전 의원(사진). 두 사람은 숙적 관계가 많은 정치권에서도 손꼽히는 숙적이다. 두 번이나 같은 선거구에서 맞붙어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는 혈전을 치렀다. 특히 처음 맞붙은 14대 총선 때의 혈투는 법정으로까지 이어졌다. 임의원은 법정 재검표 과정을 거쳐 김용채 전 의원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다.

두 사람은 출신 배경도 정반대다. 김씨는 4선 의원에 정무장관까지 지내며 ‘한때 잘 나갔던’ 구 여권 출신 인물이다. 반면 임의원은 재야 출신으로 ‘3선급 당무위원’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정치 입문 뒤에도 불운을 거듭하다 금배지를 달았다.

정가에서 두 사람의 기구한 정치 인연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김씨가 노원구청장 재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게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임의원은 숙적이었던 김씨의 선거 운동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과연 야권의 콘크리트 공조는 자갈과 모래만이 아니라, ‘물과 기름’까지 섞는 응집력을 발휘할 것인가.

일하는 국회가 반갑지 않은 19세기식 국회 사무처
의원회관의 복리후생 점수가 형편없다. 대정부 질문 준비로 며칠씩 과외 공부를 한 의원과 보좌진은 의원회관의 냉방과 식당 운영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6시만 지나면 에어컨이 자동으로 꺼져 땀을 뻘뻘 흘려야 하고, 의원 식당은 오후 1시30분이면 문을 닫아 저녁 때우기가 난감하다. 게다가 식당에는 종업원마저 적어 주문하고 나서 15~20분 기다리는 것은 예사다. 국회 사무처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일과 시간 이후에는 에어컨을 작동하기 어렵고, 식당은 인건비도 비싸고 늦게까지 일하려는 사람도 없어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다.

그러나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컴퓨터 전산망마저 본회의가 끝나면 작동이 중지되는 것이다. 꼭 필요한 자료를 급하게 찾으려 해도 일과 시간이 지나면 대책이 없다. 이에 대해서도 사무처는 직원들이 다 퇴근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정 필요하다면 미리 공문을 보내 담당 직원이 비상 근무를 하도록 조처하라는 투다.

제헌절에 출근해 땀을 비오듯 흘리던 한 의원은 의정 활동을 최대한 보좌하겠다는 사무처가 너무 편의주의에 빠진 것 아니냐고 투덜거렸다. 21세기를 지향한다는 국회 사무처가 아직까지 19세기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국민회의 임채정 의원(서울 노원 을)과 자민련 김용채 전 의원(사진). 두 사람은 숙적 관계가 많은 정치권에서도 손꼽히는 숙적이다. 두 번이나 같은 선거구에서 맞붙어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는 혈전을 치렀다. 특히 처음 맞붙은 14대 총선 때의 혈투는 법정으로까지 이어졌다. 임의원은 법정 재검표 과정을 거쳐 김용채 전 의원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다. 두 사람은 출신 배경도 정반대다. 김씨는 4선 의원에 정무장관까지 지내며 ‘한때 잘 나갔던’ 구 여권 출신 인물이다. 반면 임의원은 재야 출신으로 ‘3선급 당무위원’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정치 입문 뒤에도 불운을 거듭하다 금배지를 달았다.정가에서 두 사람의 기구한 정치 인연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김씨가 노원구청장 재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게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임의원은 숙적이었던 김씨의 선거 운동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과연 야권의 콘크리트 공조는 자갈과 모래만이 아니라, ‘물과 기름’까지 섞는 응집력을 발휘할 것인가. 의원회관의 복리후생 점수가 형편없다. 대정부 질문 준비로 며칠씩 과외 공부를 한 의원과 보좌진은 의원회관의 냉방과 식당 운영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6시만 지나면 에어컨이 자동으로 꺼져 땀을 뻘뻘 흘려야 하고, 의원 식당은 오후 1시30분이면 문을 닫아 저녁 때우기가 난감하다. 게다가 식당에는 종업원마저 적어 주문하고 나서 15~20분 기다리는 것은 예사다. 국회 사무처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일과 시간 이후에는 에어컨을 작동하기 어렵고, 식당은 인건비도 비싸고 늦게까지 일하려는 사람도 없어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다.그러나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컴퓨터 전산망마저 본회의가 끝나면 작동이 중지되는 것이다. 꼭 필요한 자료를 급하게 찾으려 해도 일과 시간이 지나면 대책이 없다. 이에 대해서도 사무처는 직원들이 다 퇴근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정 필요하다면 미리 공문을 보내 담당 직원이 비상 근무를 하도록 조처하라는 투다. 제헌절에 출근해 땀을 비오듯 흘리던 한 의원은 의정 활동을 최대한 보좌하겠다는 사무처가 너무 편의주의에 빠진 것 아니냐고 투덜거렸다. 21세기를 지향한다는 국회 사무처가 아직까지 19세기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귀한 몸도 아낌없이 주련다”장기 기증 운동 나선 신상우
요즘 여의도 1번지에는 ‘오장육부를 내놓고’ 다니는 의원들이 있다. ‘붉은 피와 두 눈동자, 오장육부 모두를 이웃에게 나누어 주기 바란다’는 유언장을 써놓은 신한국당 박명환 의원과, 장기는 물론 죽은 뒤 시신까지 몽땅 기증하겠다는 약정서를 지참하고 다니는 같은 당 김호일 의원이 그들이다.

최근 국회에는 이들처럼 ‘몸 바쳐’ 일하겠다는 의원이 늘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신상우 의원(사진·신한국당)은 ‘15대 국회 등원 기념은 각막 기증으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각막 기증 운동을 펼쳐 여야 의원 22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신체 보존 의식이 유난히 강한 한국의 전통 윤리를 생각할 때 신체 일부를 내놓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겠다는 일념으로 각막 기증서에 서명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 운동에 7선인 신의원이 발벗고 나선 것이다.

이들 정치인들이 시각 장애인들에게 맑고 깨끗한 눈을 선사하려면 눈을 잘 보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혼탁한 정치판부터 깨끗이 하는 일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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