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조홍규·추미애·최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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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7.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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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나도 군대 가는데…” 조홍규 의원의 실감나는 공세

정치권의 ‘귀여운 악동’ 국민회의 조홍규 의원의 공식적인 키는 158㎝(실제로는 더 작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함). 그러나 조의원은 작은 키와 왜소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여야 대치 국면 때마다 특유의 익살스러운 입심으로 여당의 공격을 무력하게 만들어 온 야당의 맹장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조의원의 입심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7월24일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 두 아들의 병역 문제가 도마 위에 올라 여야간 공방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회의 말미에 “나도 군대에 갔다왔다는 말을 꼭 해야 되느냐”라고 조의원이 공세를 펴자, 여야 의원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사안의 성격상 험악한 분위기로 흘러가던 본회의장이 순식간에 웃음의 도가니로 변했고, 김수한 국회의장은 곧바로 산회를 선포했다.

6·3 사태 때 고려대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조의원은, 대학 3학년 재학 때 군에 입대했다가 일등병으로 의병 제대했다. 조의원의 군 입대 당시 체중은 52㎏. 물론 자기 입으로 군대에 갔다온 사실을 ‘발설’한 조의원이 정작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회창 대표의 장남은 179㎝에 45㎏, 차남은 165㎝에 41㎏으로 군 입대를 면제 받았다’는 김동진 국방부장관의 답변을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사찰 누비는 추미애 ‘무주공산’ 佛心 공략인가

신한국당 불자(佛者) 의원 모임인 ‘정각회’ 회원들은 국민회의 추미애 의원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전국 어느 사찰을 가도 이미 추의원이 왔다 갔다거나 곧 올 예정이라는 말을 듣기 때문이다. 정각회의 한 관계자는 “불자들 사이에서 추의원을 봐서라도 김대중 총재를 지지해 주자는 말이 나올 정도다”라고 말한다.

올 대선에서도 ‘불심’은 치열한 공략 대상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여야 대선 주자로 확정된 후보 가운데 불자가 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이회창·김대중 후보는 천주교, 김종필 후보는 기독교 신자다. 특히 불심은 영남표의 향배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여야 각 진영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추의원은 자신의 사찰 방문을 정치적으로만 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시절 얼떨결에 불가에 입문한 터라, 모자란 불심을 키우려고 틈나는 대로 절을 찾는다는 얘기다. 판사 출신인 추의원은 81년 사시 준비를 하던 계룡산 자락의 한 선방에서 ‘법중(法中)’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어쨌거나 국민회의는 ‘법중’이 ‘대중(DJ)’을 위해 불심을 가득 채워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차기’에 얼굴 도장 찍는데 그까짓 나이·체면이 대수랴

신한국당 경선이 끝난 뒤 당내에서는 또 다른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회창 대표에게 잘 보이려는 다툼이다. 이 경쟁에 뛰어든 주자들은 나이나 체면도 모두 잊은 듯하다.

국회의장까지 지낸 7선의 황낙주 의원은 이대표가 당선되기 전부터 이대표 치켜세우기에 앞장서 왔다. 그는 이대표가 자신을 경선대책위 명예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 참모들에게 ‘재떨이 하나라도 내 방에 있는 것이 황위원장 방에 있는 것보다 커서는 안된다’고 지시했다면서 ‘정말로 아래 사람의 고충을 잘 헤아릴 줄 아는 분’이라고 감격해 했다. 이밖에 충남 예선 승리의 주요인을 ‘이대표 사모님이 열심히 뛴 덕분’이라고 분석한 4선 출신 황명수 위원장이나, 은근히 ‘충청권 임금론’을 유포하고 있는 당내 인사들도 충성 경쟁에서 황의원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인물들이다.

이들의 행태는 이대표 당선의 빛을 바래게 만들고 있다.

최형우, 뇌졸중 아니었다? 병원·최고문측 서로 “기막혀”


의사의 잘못 때문에 안 해도 될 수술을 한 것만큼 억울한 일이 또 있을까. 하물며 건강이 곧 생명인 정치인이 결정적인 시기에 병원측의 오진 때문에 몸을 망가뜨렸다면 그보다 더 억울한 일이 없을 것이다.

최근 기막힌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최형우 고문이다. 대표 자리가 오락가락하는 순간에 쓰러진 것도 억울한데, 입원한 서울대병원이 순간적인 졸도를 뇌졸중으로 잘못 알고 수술을 하는 바람에 병세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것이 최고문측 주장이다. 최고문측은 현재 최고문이 치료를 받고 있는 독일 마인츠 병원에서 이런 단서를 제공받았다고 한다. 물론 최고문을 진단했던 서울대병원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펄쩍 뛰고 있다.

또 다른 오진 파동을 겪은 정치인은 국민회의 김홍일 의원. 김의원은 그동안 파킨슨씨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약물을 과다 투여해 왔는데, 최근 중국에서 단순한 목디스크라는 진단을 받고 돌아와 국내에서 간단한 레이저 수술로 ‘깜짝 놀랄 만한’ 효과를 보았다.

정치권의 한 호사가는 그래도 정치인에 대한 오진은 나은 편이라고 말한다. 정치 자체를 오진할 경우 그 위험성은 훨씬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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