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강신옥 · 전씨 측근 · 5공 부역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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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5.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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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키호테 강신옥’ 충격 발언 민자당 쯧쯧, 국민회의 박수
민자당 강신옥 의원(전국구)이 11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대통령의 대선 자금 공개’를 거론하고 나섰다. 마치 국화빵틀에서 나온 것처럼 똑같던 민자당 의원들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파격 주장이었다. 강의원이 민주계 인사인 점을 감안해 그 발언이 혹시 ‘여권 핵심부와 사전 조율을 거친 향후 정국 수습 방안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강의원의 발언을 여권 핵심의 분위기와는 관계 없는 ‘소신 발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돈 키호테식 돌출 발언’으로 평가 절하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이는 강의원이 재야 변호사 출신이면서도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강의원은 초선 의원이던 13대 때 민자당 의원 총회에서 5·18 배상 문제를 놓고 “이 나라는 대한민국이지 광주민국이 아니다. 적법한 공권력 행사를 놓고 배상이란 있을 수 없다. 어디까지나 배상법이 아닌 보상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파문을 일으켰고, 재야 출신 강변호사를 기억했던 이들에게는 매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강의원은 11월30일 본회의 발언에서 민자당 의원 중 유일하게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제와 검찰 징계 주장에 동의하고 나섰다. 여당 의원으로서는 소신 있는 발언인 동시에, 과거를 생각하면 왔다갔다하는 발언인 셈이다. 어쨌든 ‘광주민국’ 발언 당시 평민당은 강의원을 맹비난했지만, 이번 발언에 대해 국민회의는 잔뜩 강의원을 치켜세웠다. 정치판은 이래저래 요지경이다.

전두환 엄호 세력 북적 ‘인덕’인가 ‘돈덕’인가

같은 쿠데타 세력이라도 주연과 조연은 차이가 있었다. 전씨네는 노씨네와는 확실히 여러 모로 달랐다.

노태우씨는 부정 축재라는 파렴치한 죄목으로 몰려 명분이 없기도 했지만 내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찾아오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사과문을 발표할 때는 눈물까지 비쳤다.

그러나 전씨측은 11월24일 정부가 5·18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한 뒤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민정기 장세동 안현태 이원홍 김승환 허문도 이학봉 씨 등 측근들은 아침 8시면 어김없이 연희 2동 전씨 집에 출근해 대책을 논의했다. 마치 지금도 전씨가 권좌에 있어 충성 경쟁을 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 이들은 언론 담당 창구를 이양우 변호사로 일원화해 그들과 관련한 언론 보도가 통일되도록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 측근들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이른바 대국민 담화라는 것을 발표한 전씨의 눈에서는 눈물 대신 살기가 번뜩였다.

5공 시절 고위 공직자, 하나회 출신 예비역 장성, 대구 공고 선후배, 경남 합천의 친척 등 전씨가 대통령이던 시절 음덕을 입은 사람들도 쉴 새 없이 전씨 집 대문을 드나들었다. 이순자씨의 ‘여성계 인맥’도 연희동 집에 줄을 이었다. 아무튼 정부의 5·18 특별법 제정 발표 이후 전씨가 담화를 발표하고 고향으로 내려갈 때까지 전씨집 앞 골목은 차 댈 곳이 없을 정도로 ‘엄호 세력’으로 붐볐다. 전씨가 ‘눈의 살기’를 잃고 초췌한 모습으로 안양교도소에 수감된 뒤에도 전씨의 엄호 세력은 여전히 뭉쳐 있다.

전씨 집을 찾은 인사 중에는 취재진의 플래시가 터지면 얼굴을 가리는 사람도 간혹 있었지만 대부분 당당한 모습이었다. 여유를 보이며 손을 흔드는 인사도 적지 않았다. 두 집 경호원들의 태도도 사뭇 달랐다. 노씨 경호원들은 노씨처럼 왠지 힘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전씨 경호원들이 기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고압적이었다.

전씨가 노씨와 비교해 ‘수괴’로서의 기개를 보이고, 주변에 여전히 사람이 많다는 것을 과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성격 차이일 뿐, 죄과의 차이는 되지 못할 것이다.

야당 ‘5공 부역자’들 가시방석서 좌불안석

5·18 정국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는 정치인이 한둘이 아니다. 5,6공 정부 핵심 요직에 참여했던 여권 인사들은 자신의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지만, 야권 일부 인사들도 찜찜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5공 때 동료들이 정치 규제에 묶인 상황에서 이른바 2중대 3중대로 통했던 민한당과 국민당에서 정치 생활을 한 야당 정치인들은 요즘 ‘5공 부역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이들은 지금 국민회의와 민주당에 골고루 퍼져 있다.

지난 11월 말 민주당은 부천에서 시국강연회를 가졌다. 비자금 정국을 주도한 민주당 박계동 의원은 이 날 강연에서 ‘전두환 밑에서 2중대 3중대 했던 사람들은 모두 정치권을 떠나야 한다’는 요지의 말을 꺼냈다가, 배석했던 당 지도부를 둘러보고는 그만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뒷자리에 김원기 상임고문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야권의 차세대 주자로 성장한 김고문은 민한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김고문과 비슷한 처지인 민주당 인사로는 조중연 최고위원과 장기욱 의원이 있다. 국민회의에는 민주당보다 더 많은 ‘5공 부역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이종찬 부총재와 이영일 특보는 5공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부총재는 5공 때 정무장관·여당 원내총무·사무총장을 역임했고, 이특보는 민정당 총재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밖에 손세일·한광옥·김덕규·김병오 의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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